이슈와 일상

토트넘 핫스퍼 FC는 주제 무리뉴 몰락의 시작일까?

즈라더 2021. 1. 30. 12:00

 지금 토트넘의 감독으로 '무버지'란 소리를 들을 만큼 손흥민을 아껴주고 있는 주제 무리뉴 감독은 찬란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스페셜원이다. 가는 팀마다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며, 감독을 맡은 클럽의 네임밸류 역시 엄청나다. 첼시, 레알 마드리드, 인터 밀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축구를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클럽을 감독한 게 주제 무리뉴다. 


 주제 무리뉴 감독이 토트넘에 부임했을 때 축구계가 경악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토트넘 사무실에 나타난 주제 무리뉴를 보고 믿기질 않는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건 아주 당연한 반응이다. 첼시에 부임해서 '스페셜원'을 외친 이후 주제 무리뉴는 토트넘 수준의 클럽에서 일한 적이 없다.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해본 적이 없는 중위권 셀링 클럽이었고, 빅7에 들어가 무관의 빅클럽 소리를 듣게 된 것도 포체티노 감독이 부임한 뒤니까 5년도 안 되었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이 '무리뉴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부진이 근거가 되기도 했지만, 그 전에 주제 무리뉴가 토트넘으로 간 이유가 자존심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런던의 클럽인 첼시에서 진정한 커리어를 시작한 주제 무리뉴는 다시 첼시로 돌아와 안착하려고 했다. 떠돌이처럼 여러 클럽을 전전하는 걸 멈추고 알렉스 퍼거슨처럼 자신의 남은 여생을 첼시에 바치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주제 무리뉴는 마지막 시즌에 내외적 실수를 저질러 경질되면서 자존심을 구긴 데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경질된 직후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것조차 싫어서 무시했다. 토트넘에 부임한 뒤 첼시와 같은 런던 연고지의 클럽으로 간 것에 대해 첼시가 날 경질했는데 배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까지 했다. 즉, 자존심 때문에 한 클래스 낮은 클럽으로 간 사실에서 무리뉴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2021년. 아무래도 사람들은 토트넘에서 주제 무리뉴의 커리어가 끝날 거라고 믿는 모양이다. 조금 서글프다. 쉽사리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리뉴는 자신의 철학에 맞게 토트넘을 빌딩해나가고 있고, 현재 오른쪽 윙과 중앙 수비수를 제외하면 성공했다. 토트넘의 경기를 보면 확실하게 이전보다 훨씬 잘 다듬어진 걸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축구는 11명이 함께하는 경기라는 사실이다. 다이어(때때로 산체스)와 같은 프리미어리그 하위팀에서나 주전을 할 법한 선수가 중앙 수비 2명 중 하나를 맡고 있다. 다이어와 함께 중앙 수비를 보는 토비 알데르베이럴트가 뛰어난 선수임엔 틀림이 없지만, 월드클래스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는 탓에 다이어가 내는 심각한 구멍을 커버할 수가 없다. 여기에 불안감을 느낀 미드필더진은 무리뉴가 의도한 것보다도 훨씬 수비적으로 물러나고 오른쪽 윙의 지원조차 받을 수 없는 손흥민과 해리 케인은 고립된다. 그러나 토트넘은 돈이 없는 구단이라 새로운 선수를 사올 수 없다. 무리뉴로선 축구 지능이 떨어지는 다이어의 성장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절망적이다. 다이어가 축구 지능을 갖추는 데엔 적어도 2년은 더 필요해 보이기 때문.


 개인적으로 토트넘이 이번 시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하더라도 무리뉴 감독을 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리뉴 감독이 저 빈약한 선수 구성으로 어디까지 팀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고, 저렇게 지원 없이 고군분투하는 무리뉴를 처음 봐서 신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리뉴는 선수의 성향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는 감독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상대 진형을 부수는 크랙 성향의 윙어에서 윙어인지 포워드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스코어러로 변신한 시점이 바로 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 재임 시기다. 무리뉴는 토트넘에 와서도 은돔벨레를 지네딘 지단으로 만들어버렸고, 해리 케인을 리오넬 메시로 만들어버렸다. 재미없는 축구를 한다고 비판받지만, 선수들의 축구 성향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감독은 세계에 몇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