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 인 보더랜드 3화까지 감상. 일본이 제일 잘하는 분야다. 수사물을 제외하면 이렇게 룰을 만들어놓고 전개시키는 작품은 일본이 세계에서 제일 잘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잘했던 건 아니고, 라이어 게임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이후 비슷한 유형의 작품이 우후죽순 쏟아졌기 때문에 경험치가 쌓였다.
다만, 언제나 일본 드라마가 그런 것처럼 그 '룰'에 등장인물이 파묻혀버린다. 룰에 파묻힌 인물들의 개성은 오로지 감정 과잉 혹은 감정 결핍으로 억지로 끌어내는데, 여기에서 배우들의 연기력이 지적받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한국 연예인들의 연기력이 좋다고들 말하지만, 사실 한국 연예인들의 연기력이 뛰어나거나 일본 연예인들의 연기력이 크게 부족하다기보다 일본 드라마의 여러 요소가 연기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문제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뉴하트>라는 메디컬 드라마에서 한국의 베테랑 배우들은 정말 절망적인 연기로 재능을 허비했다.
비슷한 시기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한국 드라마 스위트홈과 비교해보면 또 재미있다. 스위트홈은 한국 드라마 중에선 아주 드물게 만화 느낌을 일부러 내려고 한 케이스인 반면, (원작의 배경이 된 아파트와 드라마 속 아파트는 디자인 성향이 아예 다르다.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면서 오히려 더 만화스러움을 추구한 것.)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기존 일본 드라마와 달리 원작 내용을 상당 부분 바꿔가면서 만화 느낌을 버리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렇게 겉모습을 바꿔보려고 해도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은 게 참 신기하다.
스위트홈과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외적인 요소에선 매우 닮았다. 두 작품 모두 유럽과 북남미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동시에 본국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며 금새 2위로 밀려났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닮았다. 다른 게 있다면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주연뿐 아니라 다른 작품에 가면 주연으로 활약하는 배우들마저 조연으로 배치하고 모델, 아나운서를 비롯 각 분야에서 인기를 누리는 배우들을 캐스팅을 캐스팅한 것과 달리, 스위트홈은 신예들을 주력으로 캐스팅했다는 것 정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