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항미원조'를 외친 케이팝 출신 중국 연예인들

즈라더 2020. 10. 26. 04:27

 항미원조.

 

 말 그대로 조선을 지원하여 미국에 대항한다는 문장이다. 한국 전쟁 당시 UN군이 압록강까지 진출하자, 위기감을 느낀 중국은 조선족을 길잡이 겸 선봉군으로 내세워 북한을 지원했고, 그 결과 지금의 휴전선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 사건을 두고 중국에선 항미원조라고 부르며, 이번에 방탄소년단이 한국 전쟁과 한미 동맹에 대해 이야기하자 느닷없이 대두되었다. 바로 케이팝 출신을 비롯한 여러 특급 연예인의 언급이라는 형태로.

 

 우리는 이미 이전부터 중국 연예인들이 국책 사업의 홍보에 동원된다는 걸 알고 있다. 또한 중국 공산당이 직접적으로 의견을 드러내기 버거울 때 언론이나 연예인을 통해서 생각을 드러낸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항미원조 역시 중국 공산당이 내린 '지령'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하나의 중국'과 같은 정책과는 달리 '항미원조'를 기념하는 건 우리나라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중국의 모든 톱스타가 일괄적으로 포스팅했다면 모를까,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은 연예인도 얼마든지 있다.

 

구리나자

 

 양안 관계, 남중국해, 홍콩 시위 등을 언급하던 연예인들을 보며 뭐가 어쨌든 우리와 직접 관계가 없는 이상 '그래, 계속 미쳐 날뛰어라'라며 굳이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다는 이유로 무시하는데 주력했던 게 현실이다. 그러나 항미원조는 절대 그럴 수가 없다. 70년 전 한국 전쟁에서 분명히 한국과 중국은 적대적인 관계였으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문재인 정권은 통일도 아닌 종전 협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중국에 상당 부분 굽혀주며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중국은 그걸 가지고 놀 듯이 한국에 페널티를 주고 있다. 한한령이 끝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벌써 1년 반이 흘렀다. 사랑의 밀당도 이 정도면 유효기간이 지나 다 식어버린다. 진작에 한한령이 폐지되고 종전까지 합의되었다면 지금 문재인 정권이 저지른 실수들 중 몇 개는 국력으로라도 틀어막을 수 있었을 터. 즉, 한국 전쟁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적'으로서 한국을 계속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수백만 명이 죽어나간 전쟁을 두고 '한국의 적군으로 참가한 것을 기념'할 정도로.

 

 오랜 기간 블로그에 중국 연예인 관련글을 계속 올려왔다. 항미원조를 운운했다고 딱히 그걸 그만두진 않을 것이다. 그저 이전과 같이 호의적인 시선으로 포스팅하는 일이 없을 뿐. 내가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있는 중국 연예인들 중 9할이 항미원조 관련글을 올렸다.(중국 연예인 중에 유일하게 팬이라 자처할 수 있을 류시시마저 포함되어 있다.) 바꿔 말하면 1할은 올리지 않았다는 얘기도 된다. 선택이 아예 불가능한 게 아니며, 올리지 않은 연예인들의 네임밸류와 소속사 등을 고려해볼 때 패널티가 큰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즉, 항미원조를 기념한 중국 연예인들의 의식 속엔 분명하게 국뽕을 부여잡고 자신의 인기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휘몰아치고 있다. 공산당과 중국 대중에 잘 보일 기회라는 판단을 한 셈이다.

 

주결경

 

 이번 일로 말미암아 한국인들은 더욱 중국인들을 믿지 않게 되었다. 잊고 있었던 전쟁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중국에 의해 사살당한 한국인이 얼마나 많은지 잠시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에 한숨을 내쉬는 이들이 많다. 70년이란 시간은 3세대를 넘어가고, 분명히 서로를 용서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일본이 아직도 용서받지 못한 건 그들이 꾸준하게 피해자 코스프레와 고인 능욕을 거듭해왔기 때문. 중국처럼 아예 그 사건이 없었던 것마냥 조용히 있었다면 지금의 한일 관계 파탄은 일어나지 않았을 터.) 그러나 방탄소년단이 한국인의 입장에서 말한 한국과 미국의 우호 감정조차 용납할 수 없었던 중국의 옹졸함이 중국 연예인들의 발작으로 이어졌고, 이는 한국인에게 재차 경각심을 갖게 했다. 한국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중국 출신 연예인들을 두고 '어차피 너희도 다 중국으로 도망갈 거고, 가서 똑같이 하겠지'라는 색안경이 더욱 짙어진 건 덤이다.

 

디리러바까지 모두 다.....

 왠지 앞으로 중국 연예인을 포스팅할 때 성희롱성 발언이나 악담 등이 포함될지도 모르겠다. 성희롱성 댓글들을 모조리 삭제해왔던 것도 그만둔다. 안 그래도 우한 폐렴으로 중국에 화가 많이 나 있었는데, 그 분노를 중국 연예인들이 분담하겠다고 나섰다. 그럼 나눠주는 게 도리 아니겠는가. 예쁜 건 같이 보자는 주의라서 중국이든 일본이든 가리지 않고 연예인 사진을 게재해왔는데, 그걸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드러내는 것 역시 이제 여러분의 자유다. 차단했던 아이피도 모조리 풀어드린다.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난 코로나19 관련해서 전세계가 갈팡질팡하고 분노가 이상한 곳으로 뻗어나가는 것에 대해 '희생양'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영화 <올드 가드> 리뷰에서 말한 것처럼 문명은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반드시 그 책임을 지고 죽거나 다쳐야 하는 희생양을 필요로 한다. 인간은 '이성적이려고 노력하는 존재'일 뿐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세상에서 가장 이성과 거리가 먼 동물이며, 지구라는 행성을 먹어치우고 나서도 이성을 갖지 못 할 욕심 덩어리다. 그래서 희생양이 필요하다. 코로나19 관련해서 희생양은 분명히 중국이며, 중국 외엔 희생양의 후보를 찾을 방법조차 없다. 그러나 중국이 막대한 국가부채를 만들고, 그 거품으로 만들어낸 거대한 군사력과 재력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바람에 현대 문명이 단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를 위해서 희생양이 되어주시라. 어차피 중국은 한 번 거창하게 박살 나지 않으면, 정상적인 구조의 나라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