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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컷의 1.33:1 화면비를 이해해보자

몰루이지 2020. 8. 28. 00:00

 최근 DC 팬돔이 열리고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이른바 '스나이더 컷'의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된 게 바로 화면비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의 화면비는 1.33:1. 일반적인 상식과 꽤 거리가 있는 화면비인데, 1.78:1(16:9)인 TV로 보면 좌우에 검은색 레터박스가 들어가게 된다. 이에 대해서 잭 스나이더는 대충 이렇게 말했다.

 

 "위아래를 크롭하지 않은 거예요."

 

 우리가 최근 많이 보는 화면비는 2.39:1 시네마스코프. 요새 모니터로 자주 나오는 21:9 화면비가 2.39:1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아마 스마트폰도 비슷한 화면비가 있었던 거로 기억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TV는 1.78:1으로 1.85:1 비스타비전 화면비와 흡사하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오리지널 필름의 위아래를 잘라서 2.39:1, 1.85:1을 만들지 않았다는 얘길 한 것이다. 본래 그가 의도했던 화면비는 1.33:1에서 미세하게 잘라낸 1.43:1이라고 한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감동. 이게 스나이더의 비주얼이지.

 

 필름의 오리지널 화면비는 1.33:1이다. 필름의 종류와 촬영 방식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는데, 어쨌든 일반적으로  1.33:1. 보통 우리는 4:3이라 불렀던 과거 볼록이 TV의 화면비다. 영화 업계는 TV가 등장하자 위협을 느끼고 차별화하기 위해서 광각 와이드 스크린 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 시네마스코프(2.39:1), 비스타비전(1.85:1), 테크니스코프 등 다양한 와이드스크린이 나왔다. 그중에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와이드 스크린은 시네마스코프와 비스타비전이 대부분이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밝힌 것처럼 대다수의 와이드 스크린 화면비는 필름의 위아래를 잘라서 만든다. 처음부터 그렇게 만든 건 아니었다. '와이드'하게 넓어진 영상을 위한 촬영 방식인데 위아래를 잘라내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시네마스코프의 원리는 아나몰픽 렌즈를 이용해서 '압축'하는 것이다. 아나몰픽 렌즈는 좌우로 훨씬 넓은 화각을 담을 수 있고, 이를 1.33:1인 35mm 필름에 압축해서 넣는다. 실제 아나몰픽 렌즈로 찍은 시네마스코프 필름을 살펴보면 세로로 홀쭉하게 늘어져서 찍힌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후반 작업할 때 쭉 펴서 와이드스크린을 만드는 것이다. 즉, 본래 시네마스코프는 위아래를 잘라내는 답답한 화면비가 아니라 좌우로 훨씬 넓은 구간을 찍을 수 있는 화면비였다. 이는 비스타비전도 비슷하다. 비스타비전은 판형이 더 큰 필름을 전용 카메라로 촬영하고 35mm 사이즈로 압축해서 인화한다. 그래서 비스타비전은 더 많은 정보량을 보다 고화질로 넣을 수 있다. 

 

오리지널 시네마스코프 화면비는 아나몰픽 렌즈를 사용함으로써 추가된 좌우 정보량을 1.33:1 비율의 35mm 필름에 맞추기 때문에 이렇게 위아래로 늘어난 영상이 된다. 이걸 후반 작업을 거치며 (물론, 여기에도 환경에 따라 약간의 크롭 작업이 들어가긴 한다) 늘려서 아래와 같이 2.39:1의 시네마스코프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영상에 더 많은 정보량을 담을 수 있었던 와이드 스크린이 오히려 정보량이 줄어드는 필름 훼손을 거치게 된 이유는 현실성 때문이다. 아나몰픽 렌즈라는 특수한 렌즈가 필요했던 시네마스코프나 전용 카메라를 사용해야 하는 비스타비전은 제작비에 상당한 부담을 주었다. 타이밍 좋게 슈퍼 35mm라는 기형아도 나타나 대세를 차지했다. 슈퍼 35mm는 소리를 기록하는 부분까지 영상을 담을 수 있는 필름으로, 기존 35mm보다 조금 더 넓은 화면을 담을 수 있었다. 비록 시네마스코프의 광각이나 비스타비전의 화질을 따라갈 순 없었지만, 어느 정도 보완이 된 필름인 것이다. 결국, 점차 슈퍼 35mm로 찍어서 위아래를 잘라낸 와이드 스크린 영화가 늘어났고, 이 방식은 90년대 이후부턴 아예 기본적인 방식으로 정착했다. 촬영장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모니터링할 때 와이드 스크린 화면비에 맞게 선을 그어놓은 디스플레이를 쓰는 걸 메이킹 등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잘려나가는 화면을 배제하고 프레이밍하기 위함이다.

 

 물론 디지털 촬영의 시대가 찾아온 지금에 와서 위와 같은 이야기는 잊어버려도 되는 사소한 지식이다. 나도 다 잊어버렸던 걸 끄집어내느라 정신이 없는 참이다. 디지털 촬영 시대가 오고 나선 오히려 필름 시절보다 아나몰픽 렌즈를 더 많이 쓴다. 아날로그 인화가 아닌 디지털 파일을 보정하는 시대니까 돈이 엄청 더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최신 디지털 촬영 기기들은 기본이 2:1 와이드 스크린이다. 와이드 스크린을 만들기 위해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넷플릭스 등에 올라오는 오리지널 영화나 드라마 중 상당수가 2:1 화면비를 사용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ARRI에서 만든 디지털 아이맥스 카메라 역시 2:1 화면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2:1 화면비에서 위아래를 잘라 2.39:1 화면비를 만들었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1.33:1 화면비다.

 

 2.39:1 시네마스코프로 자르면 이렇게.
1.85:1 비스타비전 비율로 자르면 이렇게 되겠다. 

 

 잭 스나이더는 이 영화를 아이맥스에 맞춰서 찍은 것 같다. <배트맨 대 슈퍼맨> 촬영에 아이맥스를 사용해보고 푹 빠진 모양이다. <저스티스 리그>를 촬영하던 당시 그는 아이맥스 화면비인 1.43:1을 프레임으로 잡고 촬영했다고 한다. 따라서 <저스티스 리그>의 오리지널 화면비는 1.85:1이 아닌 1.43:1이다. 아이맥스만큼의 화질을 보여줄 순 없더라도, 아이맥스 화면비에 맞춘 영상만큼은 보여주고 싶었던 잭 스나이더의 본심이 드러난 것이다.

 

 잭 스나이더는 1.43:1이 아닌 1.33:1의 화면비로 최종 결정했다. 과연 어떤 영상이 나올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