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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사죄와 추억의 편린

즈라더 2020. 8. 7. 00:00

 자꾸 (실력이 아닌) 정신적 퇴행을 거듭하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최신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최근 그의 작품에선 60~80년대에 대한 집착이 느껴지는데, 이번엔 자신이 사랑하고 또 사랑했던 할리우드 그 자체에 집착했다. 분명히 퇴행이 맞고 또한 일종의 사과이기도 하다.


 전성기를 마무리하고 하락세를 탄 어느 할리우드 스타의 재기 과정을 다룬다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할 수 있다. (사실, 꼭 틀린 것도 아니고) 그러나 내 생각에 쿠엔틴 타란티노는 각본을 쓰는 어느 시점엔가에 찰스 맨슨 사건을 그저 가쉽으로 소비했던 본인을 떠올렸고 사과 의욕을 견딜 수 없게 된 모양이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적 자아가 분열되었음을 말한다. 영화배우 닉과 그의 더블 스턴트맨 클리프로.


 두 캐릭터의 발전 방향은 정말 신기할 만큼 엇나가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맡은 닉은 배우 인생의 막장 직전에서 연기력 하나로 다시 기회를 붙잡는 인물이므로 제목과도 딱 알맞다 싶은데, 브래드 피트가 맡은 클리프는 거의 '초월자'에 가까운 인물로 그려져서 따로 스릴러를 찍는다. 클리프의 행적은 사실상 찰스 맨슨 일당을 박살내기 위한 밑그림에 가깝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이 계획적인 사과를 바탕으로 비상을 유도한다. 영화 초반에 닉이 던진 '로만 폴란스키와의 인연'이 예상치 못 한 방식으로 이어질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벌벌 떨던 관객을 안도감으로 이끌어내 다양한 감정을 충족시킨다. 무엇보다 형제보다도 가깝던 두 주인공의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이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영화 내내 맥거핀으로 써먹던 방대한 분량의 할리우드 역사들은 분명히 영화의 완성도를 상당히 무너트렸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 없다고 말할 순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 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보여준 연기가 가장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연기하는 사람을 연기하는 그의 연기력은 경이라는 말론 부족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이하 스크린샷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정발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다. 8mm부터 35mm까지 장면에 맞게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필름을 동원한 이 영화의 화질은 각 필름의 특징을 고스란히 잘 살려낸 특급 레퍼런스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