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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후예들, 프랑스판 19금 무협 호러

즈라더 2020. 8. 4. 00:00

 20년 전에 봤던 <늑대의 후예들>은 잔인하고 야한 고딕 호러였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까 그렇게 수위가 높지 않다. 20년 전의 난 생각보다 순진(?)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쓸데없이(?) 액션의 비중이 크다. 


 <늑대의 후예들>은 프랑스가 꽤 작정하고 만들어낸 영화다. 근세를 배경으로 하는 고딕 호러는 유럽풍과 헐리우드풍으로 갈리곤 했는데, 프랑스에서 만들어낸 영화임에도 헐리우드의 그것을 따라했다. 헐리우드 쫓기에 급급한 영국의 영화를 비아냥거렸던 시기가 있었을 만큼 자존심이 강했던 프랑스 영화계가 무릎을 굽히고 상업성을 추구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헐리우드의 고딕 호러와 비교해보면 꽤 흥미진진한 요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딱 잘라 말해 <늑대의 후예들>이 잘만든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에는 추리, 탐색과 같은 소재에 걸맞은 행동이 결여되어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극의 전면에 등장하기까지 주인공들은 그저 존재함으로써 위치를 지킬 뿐이지 역할에 부여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정체되어있던 극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건 '정치'가 극의 전면에 등장하기 전까지인데, 그 시점이 너무 멀어서 지루함을 느끼기 십상이다.


 대신 그 지루한 시점을 지나면, 이 영화는 오컬트로 발을 넓히면서 흥미를 돋우더니 현란한 액션으로 단점을 커버한다. 사실, 근세를 배경으로 하는 고딕 호러라는 포장은 완전히 핏하지 않은 옷과 같다. 말한 바와 같이 프랑스 영화계가 작정하고 헐리우드 따라하기를 한 만큼 액션의 비중이 크며, 개연성도 없이 무작정 살육의 현장에 주인공을 던져놓고 피가 난무하는 격투를 벌이게 한다. 이 멋진 액션을 위해 중국의 무술 감독과 스턴트맨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후반부 액션씬이나 모니카 벨루치의 역할만 보면 사실상 무협영화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결론은 가벼운 영화란 얘기다. 온갖 폼은 다 잡고 묵직한 이야기를 꺼내는 듯하지만, <늑대의 후예들>은 헐리우드 스타일을 베낀 뒤 온갖 오락적 요소를 짜깁기한 결과물이다. 물론, (누가 프랑스영화 아니랄까봐) 조금 야하고 잔인하니 이 부분에 대한 주의는 필요하다. 


 뱀다리) 프랑스에선 이 영화에 12세 미만 관람불가 판정을 내렸다. 그래서 역대급 흥행을 할 수 있었던 것. 프랑스는 배우들이 실제로 성관계를 갖는 장면을 포함한 영화 정도가 되어야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이 내려진다.

 

 이하 스크린샷은 <늑대의 후예들>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되도록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