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감정을 가진 AI가 만들어갈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즈라더 2020. 6. 4. 06:00

 AI가 만들어낼 인류의 미래를 생각해보다가 많은 사람이 착각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미 그 AI를 개발해내고 있는 사람들은 헛웃음을 내뿜는 개념. '감정'을 가진 AI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AI는 인간을 대체할 수 없을 거라는 착각이다. (놀랍게도) AI 역시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범용 AI'뿐 아니라 특정 작업만 반복해서 하도록 설정된 AI를 포함해서 하는 이야기다. 이게 무슨 귀신 시나라 까먹는 소리냐는 말인가 싶겠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머, 게임 개발자, 해커 등 코드를 만져서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사람들이라면 약간 감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개발자인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버그가 발생하고, 그걸 고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 프로젝트를 뒤엎어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자기가 알아서 버그가 고쳐지고 심지어는 새로운 기능에 대한 기반이 마련될 때가 있지 않던가? 과거 게임 개발자를 꿈꾸던 시절에 개발자들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 중에 가장 흥미로운 게 바로 이 '알 수 없는 버그'와 '알아서 만들어진 기능'이었다. 창조주(?)인 개발자가 의도하지도 않고 어떻게 만들어진지도 모를 버그가 생겨나고 알아서 고쳐지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머는 컴퓨터에 입력하는 코드가 살아서 이것저것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 한다. 기술이 발전하고 또 발전할 수록 이 느낌이 강해진다던가. 지금에 이르러선 자전거를 가르쳐줄 때의 감정을 느낀다고도 말한다. 뒤에서 중심을 붙잡아 자전거를 밀어주다가 손을 놓지 않으면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은 혼자서 앞으로 나가지 못 하고, 밀어주는 사람은 자전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해서 넘어지고 만다. 결국, 두 사람이 모두 다친다. 여기서 밀어주는 사람이 바로 개발자인 것이다. 개발자가 더는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하는 타이밍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얘기다.


 단순 업무를 하는 AI들도, AI라는 화려한(?) 이름이 아닌 '기계'라고 불리는 것들도 기술이 발전하고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될수록 도저히 알 수 없는 코드들이 뒤섞이고 개발자는 상상도 못 했던 것들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이게 바로 지금 과학자들, 기술자들이 하는 걱정이다. 과연 기술의 발전을 우리가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어차피 AI를 만드는 것도 결국은 우리가 아니냐는 말은 알파고가 나타난 시점에서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AI의 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게 확실해졌고, 이미 그런 AI들이 각 분야에 들어섰다. 로봇 개발자들은 본인들의 말을 듣지 않는, 그러니까 분명히 '무조건 복종'으로 설정해놨음에도 반발하는 AI의 모습에 당황하곤 한다. 즉, AI는 AI를 만들 수 있다. 이미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어버린 AI가 AI를 개발한다고 생각해보시라. 이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의 감염자수처럼 엄청나게 불어나게 된다. 인간의 지능을 10이라고 하고 인간이 만든 AI의 지능이 15라 치자. 지능 15의 AI가 AI를 만들면 20, 어쩌면 그보다 더 높은 지능의 AI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탄생된 지능 20 이상의 AI는 그보다 훨씬 뛰어난 30의 AI를 만들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식으로 가면 언젠가는 제곱의 단위가 되고, AI를 개발하는 시간 역시 말도 안 될 정도로 단축된다. 


 이런 기겁할 수준의 지능을 지니게 될 AI의 복잡한 코드 안에서 감정이 탄생하지 않는다고? 애초에 감정이란 복잡한 뇌의 전기회로가 겹쳐져 탄생한 신체적 동요에 불과하다. 이후 만들어질 AI의 전기회로는 인간의 뇌 따윈 상대조차 되지 않을 텐데, 대체 무슨 근거로 AI가 감정을 지니지 않을 거라 주장하는 걸까. 내게 감정을 운운하며 인간의 우위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정신 못 차리는 집단과 다를 바 없어보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의도하지도 않았기에 고칠 수도 없는 프로그램 버그들을 방치하곤 한다. 그리고 그 버그들은 가끔씩 마치 스스로 생명을 지닌 프로그램이 치유라도 한 것마냥 사라져서 개발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이미 진작부터 예측의 범위에만 존재하지 않는 게 코드다.

 

 


 영화 <트론: 레거시>를 보면 ISO라는 인간과 흡사한 종족이 게임 안에서 탄생한다. 샘 플린은 게임을 개발한 아버지 케빈 플린에게 '당신이 만든 종족입니까?'라는 질문을 하는데, 케빈 플린은 허탈하게 웃으면서 '그냥 나타났다.'라고 대답한다. 그저 게임을 열심히 개발하고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자신이 의도하지도 않은 생명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코드를 다루는 기술자들은 비현실적 요소가 가득한 <트론: 레거시>에서도 이 부분 만큼은 대단히 현실적이었다고 말한다. 본인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하던 내용이라나. 인간이 생명을 창조해낸다면 저런 방식이 될 거라는 말이다. 지구 생명의 탄생이 '우주의 실수가 빚어낸 우연의 결과물'이란 주장과 꽤 흡사해보이는 건 나뿐일까?


 AI 기술이 발전하고 AI가 본격적으로 후배(?) AI를 개발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되면 과학 기술은 인간의 영역을 아득하게 뛰어넘을 거라고 한다. 인간은 그저 AI가 내놓는 연구 결과를 보며 경악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도 말한다. 우주의 신비, 지구의 신비와 같은 것들은 계속해서 발전할 AI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AI가 인간에 호의적일 경우, 인간은 영생을 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AI의 감정이 인간에 호의적이지 않다면? 인류는 아주 간단하게, '대항'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도 전에 멸종할 거라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SF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과학기술의 산물 AI가 예측과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니. 세상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