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1세대 갈락티코 이후 16년, 격렬하게 변화한 축구

즈라더 2019. 10. 13. 12:00

 오랜만에 1세대 갈락티코 시기의 레알 마드리드 동영상들을 보고 있는데, 그로부터 약 16년 동안 정말 많은 게 변했다는 걸 확인했다. 아무래도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각주:1]다보니까 특히나 변화가 격렬했던 모양.


 변화는 심판의 모습에서부터 감지된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호루라기에 카드 몇장 들고 심플하게 뛰어다니던 심판은 이제 없다. 현대 축구의 심판들은 온갖 통신 장비를 치렁치렁 매달고 카드뿐 아니라 스프레이도 들고 다닌다. 심판들이 하는 일도 많아졌다. 그 장비들을 온몸에 장착하고 부심, VAR과 계속해서 통신하는 와중에 정확한 판정까지 해야 한다. 이쯤되면 축구선수뿐 아니라 심판도 유소년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쳐서 배출해야 하지 않나 싶다.



 축구의 판정이나 중계 기술의 발전은 찬란하다. 유럽은 구장마다 딱 맞는 카메라 구도와 워킹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 드론이나 와이어를 통한 플라잉캠 운용도 일상적이고, 요샌 아예 구장 전체를 스캔해서 3D로 선수들 움직임을 통째로 리플레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쪽 분야의 선두주자는 프리미어리그인데, 3대 빅리그 중에서 가장 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던 시절에도 가장 인기를 누린 이유가 바로 이 판정, 중계 기술이다. 예전엔 끔찍할 만큼 재미없었던 프리미어리그 하위팀들의 뻥축구도 지금은 격렬하고 멋진 속도 축구처럼 보일 정도다.


 전술의 변화야 말할 것도 없다. 메날두의 시대[각주:2]가 온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중앙 스트라이커보다 윙스트라이커나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득점력이 더 나은 경우가 빈번하게 보인다. 중앙 스트라이커들도 '가상 원톱'을 놔두고 그 뒤로 움직이는 듯한 포지션을 취하는데, 이는 토탈 사커가 완벽하게 자리를 잡은 덕분에 생겨난 변화다.


 2002년, 몇몇 팀이 토탈사커로 성과를 거둔 이후 토탈사커는 계속해서 발전과 변형을 거듭했다. 그 정점은 펩 과르디올라가 이끌던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다. 티키타카는 바르셀로나 유스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이 점차 하향세를 타고, 2013년부터 2016년에 걸쳐 티키타카를 사용하던 팀들이 일제히 몰락하면서 사라졌지만, 티키타카를 가능하게 했던 토탈사커의 시스템 자체는 통째로 전세계에 보급되었다. 지금도 펩 과르디올라는 티키타카를 뺀 토탈사커를 능수능란하게 펼쳐내며 맨체스터 시티의 전성기를 만들어가는 중. 이렇다보니 현대축구는 종종 페널티 라인 근처에 스트라이커, 윙스트라이커, 미드필더까지 6명의 선수가 몰려있는 광경도 종종 볼 수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페널티 라인 바로 앞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롤을 소화하는 것도 일상다반사다.



 개인적으로 16년 전과 지금의 전술 차이 중 가장 인상적인 건 공격형 미드필더의 변화다. 지금은 공격형 미드필더 자체를 운용하지 않는 팀이 대다수인데, 이는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유지해줄 중앙 미드필더가 많을 수록 토탈사커를 균형있게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공격형 미드필더가 맡았던 역할은 좌우 미드필더나 윙스트라이커에게 주어질 때가 잦다. 흥미롭게도 이건 1세대 갈락티코 시절의 레알 마드리드가 이미 활용한 바 있다. 피구, 구티, 라울, 베컴, 지단을 그라운드에 전부 밀어넣기 위해 지단을 왼쪽으로 옮겨놓고 공격형 미드필더 롤을 맡겼다. 이 전술을 두고 이렇게 멍청하고 쓰레기 같은 전술이 또 없을 거라며 전세계의 비아냥을 들었는데, 이제 이런 방식이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당시 레알 마드리드의 포메이션은 토탈사커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모든 톱플레이어들에게 주전 자리를 주기 위한 억지였으니 욕 먹어도 쌌다.


  1. 야구, 농구, 배구 등 다른 유력 스포츠의 인기를 모두 합쳐도 축구에 한참 못 미친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FIFA와 항상 싸우는 IOC도 정작 올림픽 시즌이 되면 FIFA에 빌빌거리면서 축구 인기를 올림픽에 끌어오려 노력하곤 한다. [본문으로]
  2. 호날두와 메시는 프리롤 혹은 윙스트라이커 쪽에서 뛰는 선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