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프로미스나인의 순위 조작 건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해인이 탈락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조작. 이건 프로미스나인이 데뷔하기 전부터 확정되어 있었고, 난 그걸 알면서도 프로미스나인의 팬이 된 거다. 그러니 단순히 이 사실 자체는 익스큐즈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프로미스나인 멤버들이 처음부터 자신이 데뷔할 걸 알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피해, 가해의 영역에서 동 떨어져있던 그녀들이 가해자의 영역에 들어서게 되는 거니까.
아이즈원의 경우는 또 이야기가 다르다. <아이돌 학교>는 몰입해서 본 방송이 아니었기에 익스큐즈할 수 있었던 거지 <프로듀스48>은 몰입했을 뿐 아니라 내가 꼭 데뷔하기를 바랐던 연습생 5명 중에 김민주 한 사람만 살아남았다. 온갖 더러운 공작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이가은과 허윤진은 아직도 트라우마인데 그녀들이 떨어진 이유가 조작이었다면 대단히 충격이다. 표수 조작은 별 관심도 없는 터라 익스큐즈 가능하지만 순위가 바뀌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장담 못 하겠다.
당장 '나 이러면 탈덕할 거야'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프로미스나인과 아이즈원을 보면서 느낄 행복>스트레스 공식이 성립한다면 남을 수 있겠지만, 어차피 2년 6개월 뒤에 존속될지 알 수 없는 아이즈원과 달리 프로미스나인은 앞으로 6년 동안 이해인의 잔영을 봐야 한다. 솔직히 나뿐만이 아니라 이해인이 남긴 글들을 보고 이해인에게 몰입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서 탈덕 러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는 경우 CJ가 프로미스나인을 아예 방치해버리는 제 정신 아닌 짓을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프로미스나인 멤버들이 처음부터 합격할 걸 알고 출연했다는 게 사실로 밝혀질 때, 아이즈원이 표수뿐 아니라 순위까지 조작되었다고 밝혀질 때의 이야기다. 조사 추이를 지켜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