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음악의 계절감이라는 걸 그다지 믿지 않는 편이었지만,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르니 그 계절감이 뭔지 알게 되었다. 가을에 내 귀를 즐겁게 해주던 음악을 봄, 여름 시즌에 이르러 안 듣게 됐다가 다시 가을이 찾아오자 귀신 같이 귀에 찰싹 달라붙는다.
걸그룹 음악 중에는 여자아이들의 <한>이 그렇다. 완전히 꽂혀 하루종일 듣던 노래임에도 봄이 되자 정이 뚝 떨어져서 거의 안 들었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가을의 지금, 난 또 <한>을 무한 재생하고 있다.
여자아이들은 꽤 좋은 음악을 한다. 최근 케이팝 그룹들에겐 지독한 경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각종 스킬을 공부하다보니 작곡이나 작사 같은 건 특별한 게 아닌 상황이지만, 여자아이들은 꽤 특별하다 할 만한 클라스를 자랑한다. <한>뿐 아니라 전소연이 작곡, 작사를 담당한 타이틀곡들은 모두 다 들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