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싸이코패스 사채업자 이야기 Feat. 일본

즈라더 2019. 9. 26. 00:00


 A는 사채업자였다. 어린 시절 힘이 쎈 아이들에게 괴롭힘 당한 일이 트라우마가 되어 다시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운동했다. 이후엔 일대를 주름잡는 폭력배가 되어 사채업을 시작했다. 그는 무모한 방식을 써가며 돈을 끌어모아 졸부가 되었다.


 A의 옆집에 살던 B는 가난했다. 돈은 없어도 자존심 만은 강해서 괜히 눈에 띄었고, 덕분에 폭력배들의 조리돌림이 되곤 했다. 그 자존심 때문에 이따금 공격성을 띠곤 했는데, 이 때문에 A는 B를 손봐줘야겠다고 생각했다. A는 온갖 압박을 가해서 B로 하여금 억지로 돈을 빌려 쓰도록 강요했고, 사채의 고금리를 갚을 방법이 없었던 B는 A에게 붙들려 감금당했다. 감금당한 곳은 병원. 놀랍게도 A는 병원을 차려서 장기밀매까지 하며 돈을 벌고 있었던 것이다.


 장기밀매란 본디 돈을 벌기 적합한 업종(?)은 아니다. 쓸 만한 장기가 존재하는지 철저하게 검사하는 비용, 검사가 끝난 장기를 적출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상 이상이다. 게다가 불법으로 적출한 장기의 암거래가 지닌 위험성 역시 만만하게 볼 게 못 된다. A는 장기밀매로 돈을 벌지 못 하고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덕분에 B는 당장 죽지 않을 정도의 장기만 적출당하고 간신히 살아있었다. 그리고 경찰이 나타났다.


 A는 조직원뿐 아니라 의사, 간호사, 환자까지 동원해서 경찰을 막도록 지시하고 자신은 병원 옥상에 있는 헬기를 타고 도망치려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예상하고 옥상으로 도망가던 A에게 총을 두 발 발포해 쓰러트리는데 성공했다. A가 피를 많이 흘려서 자칫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자 경찰은 일단 A를 그의 병원에서 치료하도록 했다. 그 때 B가 갑자기 혼절했다. 장기 적출로 건강이 악화된 터라 병원에 생긴 혼돈을 견뎌내지 못 한 것이다. 경찰은 급히 B의 치료를 요구했는데, 의사와 간호사들이 A가 허락하지 않으면 치료할 수 없다고 억지를 부렸다. 주변에 B를 치료할 만한 병원이 없는 상황이라서 A와 경찰의 다급한 협상이 시작되었다.


 A는 자신의 무죄 방면과 막대한 돈을 요구했다. 경찰은 급히 이 사실을 경찰청장에게 알렸다. 그 시기 경찰은 여러모로 난제에 처한 상황이라 B의 죽음을 방치했다간 국민의 정서를 건드려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었기에 무리하게 협의를 거쳐 A의 조건을 들어주었다.


 B는 치료를 받고 간신히 살아났지만, 슬프게도 정신은 그렇지 못 했다. 죽기 직전까지 갔던 피해자인 데다 가해자인 A가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B는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서 A를 고소하려고 했다. 그러나 B의 장남이 A가 새롭게 만든 회사에 취직한 뒤 많은 돈을 받고 B가 고소하지 못 하도록 폭행, 겁박했다. B는 자신의 아들이 저지른 패륜에 충격을 받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딴 영화에 나오는 거 아니야


 B의 둘째 아들인 C는 어린 시절부터 마음이 건강했고, 자영업을 시작해서 크게 성공했다. 그렇다고 마냥 선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특히 아버지에게 그런 짓을 저지른 A에게 만큼은 이성적으로 대할 수 없었다. 또한, A에게 붙어서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장남도 용서할 수 없었다. 장남이 가족들에게 계속 횡포를 부리는 걸 지켜보던 C는 장남을 공격해 집에서 쫓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A의 회사에 찾아가 지금까지 저지른 짓을 사과라도 하라고 요구했다. A는 기세등등한 C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뭔가를 잘못했다곤 생각하진 않지만, 네가 원한다면 사과는 해줄게. 미안하다. 그런데 너 그거 아니? 네 큰형이 나한테서 돈을 받아가지 않았다면, 넌 굶어죽었을 거야. 지금처럼 건방지게 기어오를 수도 없었을 거라고. 다 내 덕인 줄 알아라."


 C는 분노했다.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사과를 한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가 아닌가. 장남이 받아간 돈이 아니었다면 굶어죽는다는 말엔 이성의 끈을 놓아버릴 뻔했다. 그 돈으로 횡포를 부린 장남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 C는 그 돈이 없었어도 자신은 굶어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장남이 가정을 꾸리기보단 자신의 취미생활에 대부분의 돈을 투자하는 바람에 C가 잠을 아껴가며 아르바이트해서 가정을 꾸려야 했다. 게다가 장남은 A의 회사가 만든 제품을 구매하는데 돈을 탕진해서 집에는 A의 회사 제품이 한가득이었다.


 C는 이제 A를 공격하기로 했다. A의 회사가 저지른 불법을 경찰이나 구청에 신고했다. 이 때문에 A가 찾아와서 화를 내면 같이 화를 내며 말싸움을 하기도 했다. A가 사과를 할 때도 있었는데, 그 때마다 자기 조직원에게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는 이야기를 해서 C를 머리 끝까지 화나게 했다. C의 행동은 점점 더 적극적으로 변해갔으며, 회사뿐 아니라 A의 자택이 허가 없이 확장 공사한 것까지 알아내 신고했다. A가 조직원들을 보내 협박을 해도 비웃으며 무시. A가 C의 가게를 업계에서 밀어내려 뒷수작을 부려도 힘들지언정 굽히지 않았다.


 어느 날이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A가 C에게 찾아와 말했다.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이제 그만해라. 지금까지 어른스럽게 대한 걸 고맙게 여기라고."


 C는 이렇게 말했다.


 "나랑 같이 아버지 유골이 모셔져있는 봉안당에 가시죠. 가서 아버지께 정식으로 사과를 하고 뒤에서 이상한 헛소리 안 한다면 그만하겠습니다."


 A는 콧웃음쳤다.


 "네가 아무래도 아버지 곁에 가고 싶은 모양이구나."


 A의 말에 분노한 C가 노려보자 A는 덩달아 화가 났다.


 "이 새끼가 정말.."


 A가 주먹을 휘둘렀다. 설마 폭력을 행사할 줄 몰랐던 C는 급소를 맞고 쓰러졌다. 물론, 건장했던 C가 계속해서 당하고 있을 리 없었다. A의 두 번째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그 때 근처에서 보고 있던 친구가 급히 달려와 C를 말렸다.


 "얌마, 이러지 말라고. 저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아? 이성적으로 생각해!"


 A는 비웃으며 그 광경을 지켜봤다. C가 말했다.


 "폭력을 휘두른 시점에서 이성이고 나발이고 다 날아간 거야."


 C는 친구를 뿌리치고 싸울 태세를 갖췄다.


 묘하게 새하얀 구름이 하늘을 지배하던 어느 여름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