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한국인이 일본에 오면 보복해야 한다는 혐한방송

즈라더 2019. 9. 9. 06:00

 "일본도 한국인이 오면 보복해야 한다. 물론, 일본 남성들은 하지 않겠지만."


 - 한국 남성이 일본 여성을 폭행했다는 뉴스에 대해 일본의 정보 방송에서 -


 앞뒤가 뒤집힌 거짓말이다. 머리 끄댕이 잡는 거나 스시에 와사비 폭탄 넣는 거나 한국인 머리 위로 쓰레기 집어던지는 거나 거기서 거기. 게다가 후쿠오카 민박집의 강간 시도는 머리 끄댕이 잡는 정도론 덮을 수 없다. 그간 일본에서 벌어진 한국인 대상 범죄를 목록화할 수 있을 만큼 쌓이고 쌓인 마당에 왜 저런 우습지도 않은 '거짓말'을 하는 걸까? 폭력이 일상화된 대일본제국에선 그 정도론 폭력으로 인정받지 않는 걸까. 우리나란 가해자에게 법적인 죄를 물을 예정이지만, 그 수많은 혐한 테러들 전부 법대로 처리하긴 했나 모르겠다.


 하긴 알고 싶어도 알 수 없겠구나. 갈라파고스답게 일본에선 사건의 피해자가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라 적어서 보도했었다. 일본에 사는 친구놈들은 혐한 테러를 모르더라.


 "아! 그게 한국인이었어?"


 라는 속 터지는 소리도 하고.


 우물 안에서 암만 인터넷을 이용해 바깥 세상을 알아보려고 해봤자다. 우물 안에선 하늘 밖에 안 보이니까.


오랜만에 하토리 신이치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왜 이렇게 변한 거지.


 저 멘트가 나온 건 인기 프리 아나운서인 하토리 신이치가 진행하는 정보방송[각주:1]이다. 후쿠오카 민박 강간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얘길했던 바로 그 방송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예 하토리 신이치 아나운서가 직접 말했을 거다. 여윽시 국민 아나운서 소리 들었던 인물답게 멋지게 혐한이 되어있었다. [각주:2]


 죽기 싫어서 울부짖는 군인들을 덴노 헤이카를 외치며 카미카제로 몰아넣었던 아주 이성적인 그 나라. 오키나와 주민들을 자살폭탄으로 써먹던 놀랄 만큼 합리적인 그 나라. 일본은 그 때로부터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민주주의 가면만 씌워서 70년 동안 유지되어왔다.[각주:3] 이제와서 정상적인 나라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일본의 유명 미디어, 시청률 10% 넘나드는 인기 방송들은 언제나 '일본이 유일하다.', '일본 밖에 없다.'라며 국뽕에 취해있는데, 확실히 일본 밖에 없는 게 하나 있다. 인기 방송에서 특급 연예인이 대놓고 다른 나라를 증오한다고 이야기하는 유일한 나라가 일본이다.


 그러고보니 며칠 전에 일본의 논객인 히라이 후미오가 한국이 민주국가가 되는 날까지 내버려두자는 얘길 했다. 유사 민주주의국의 논객이 이런 소리를 한 게 얼마나 코믹한가는 둘째치고, 일본은 정치인이 직접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게 이상하다"는 망언을 한 나라다. 이번 조국의 기자회견과 청문회를 생중계[각주:4]로 보면서 저렇게 여당의 장관 후보자를 데려다놓고 치열하게 논쟁할 수 없는 일본의 현실에 한탄해야 옳지만, 그런 생각에 도달하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것에서 일본 민주주의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히라이 후미오는 '문재인의 목을 내놔라'라고 말한 그 사람이다.[각주:5] 이런 인간이 일본 4대 민방 중 하나인 후지TV의 논설위원을 담당하고 있다.


 여윽시 다이닛뽄데이코쿠. 덴노 헤이카 반자이다 황국신민들아.



  1. 하토리 신이치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하토리 신이치의 모닝 쇼>다. 정보방송 시청률 1위일 뿐 아니라 무려 아사히TV의 방송이다. 아사히TV가 혐한을 일상적으로 내보내는 마당인데 '일부 언론만 그래요.'라니 얼마나 아름다운 오해인 건지 모르겠다. [본문으로]
  2. 본래 하토리 신이치 아나운서는 혐한과 거리가 꽤 먼 양반이었다. 혐한 세력의 한국인 테러 보도가 계속해서 나오자 점차 변해가더라. [본문으로]
  3. 진짜로 일본은 계급사회, 정치, 군대, 시민의식 등등 무엇 하나 제국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한 적이 없다. 그냥 그대로 민주주의 가면만 쓰고 이어져내려온 나라다. [본문으로]
  4. 일본에선 조국의 기자회견과 청문회를 생중계해줬다. 이 정도면 거의 스토커. [본문으로]
  5. 한국 언론은 순화해서 탄핵이라 보도했지만, 분명히 '문재인의 목 정도려나요?'라고 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