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조국 11시간 기자회견으로 증명된 것

즈라더 2019. 9. 4. 06:00

 조국 임명 건에 대해서 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 중립을 지키려고 했다. 애초에 최순실에게 크게 데인 것도 있고, 드물게 한국의 여론이 치열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황색 언론마냥 이것저것 복사 붙여넣기해서 같은 기사 찍어내는 언론들을 그대로 믿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청문회가 열리면 하나하나 다 지켜보고 지지할지 반대할지 마음을 정하고자 했었다. 그런데 청문회가 안 열리고 왠 11시간짜리 기자회견이 열려버렸다.


 수십만 개의 비판 기사를 실어온 각 언론의 기자들은 누구 말마따나 <닥터 스트레인지>의 한 장면처럼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이상한 트집 잡기를 거듭하다가 마무리 단계에 가선 '그 때 네 딸 어딨었냐?'라는 어처구니없는 질문까지 던졌다. 기자회견 내내 어찌나 기가 막혔는지 진행자는 한숨을 쉬었고, 주진우 기자는 뒤에서 마치 걸작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웃고 있더라. 조국의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시작된 기자회견은 기자들의 자격을 증명하며 끝나버렸다.



 조국을 비판하는 측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던 커뮤니티들도 상황이 바뀌어버렸다. 저런 멍청한 기자들을 상대로 11시간 동안 차근차근 대답하는 조국에게 감탄했다는 의견부터 마치 교수가 학생들 가르치는 듯한 시간이었다는 조롱까지. 그럼에도 여전히 조국을 비판하는 측에선 '이건 분명히 출입 기자를 정해놓고 질문까지 전부 대본대로 한 기획이다'라는 정신승리까지 하고 있다.


 난 조국의 의혹에 대해선 아직도 고민 중이지만, 적어도 이번 기자회견은 조국을 비판하는 측이 100% 졌다고 생각한다. 판정승도 아니고 TKO. 그저 기자들이 멍청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오늘 기자회견의 상황을 몰라서 그런 거다. 기자들은 데스크로부터 계속해서 지시를 받아왔고, 심지어 자칭 보수 논객 같은 이에게 지시를 받은 기자도 존재했다. 쉽게 말해 일종의 대리전이 펼쳐졌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