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나카지마 켄토의 BTS 표절, 갈라파고스는 의심을 하지 않는다

즈라더 2019. 8. 30. 00:00

 일본 연예인들이 혐한 혹은 우익 발언을 한 걸 가져오라고 윽박지르는 인간을 위해 어느 방송인지 언급해서 알아서 찾아보라고 했다. 또한, 고노 다로 외무성 대신이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을 부정했다는 증거 영상도 찾아서 보여줬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본의 특급 인기 연예인 중에 혐한 혹은 우익 쪽에 붙어먹은 인간이 하나 둘이 아닌 데다 고노 다로에 대한 것도 대놓고 유튜브에 올라와있다. 정말 찾기 쉬운 것들인데 그간 귀를 막고 안 들으며, 눈을 감고 안 봤던 것뿐이다.


 이러니 한다는 말이 '모든 일본인이 이렇진 않잖아? 그러니까 좋은 면만 바라보자.'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예전부터 이어진 아베 신조와 자민당을 비판하는 시위 규모가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또한,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한국인들이 열과 성을 다해 지원했음에도 일본 미디어가 한국의 지원을 비하하거나 지원 규모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음을 알려줬다. [각주:1] 이 녀석도 그렇고 일본인 중엔 지금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한국이 얼마나 힘을 다해 도와주려 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 모양인 이상 '일부 일본인' 취급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단 말을 해줬다.


 사실, 이 녀석은 내 친구다. 작곡가를 꿈꾸며 성인이 되자마자 일본으로 건너가서 지금은 일본 여성과 결혼하고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는 중. 이 녀석을 통해 일본 언론이 얼마나 정보를 왜곡하고 있는지 알아가고 있다. 신문사에 전화해서 '기사의 소스' 혹은 '근거'를 알려달라고 말하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데다 기자가 누군지조차 알려주지 않는, 전세계에서 가장 기상천외한 언론계를 지닌 나라. 정보 왜곡하기 최적화된 환경이다.


속 터지는 이야기에 못난이 사진을 올린 순 없지



 얼마 전에 나카지마 켄토가 BTS의 무대를 표절하면서 난리가 났었다. 처음엔 BTS의 안무를 짠 사람과 나카지마 켄토의 안무를 짠 사람이 같아서 안무가의 문제가 아닐까 했는데, 그 안무가가 나카지마 켄토를 돌려서 비판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이 제시한 것들을 따르지 않고 자의적으로 무대를 만들었다던가. 그는 나카지마 켄토의 표절 무대를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 이건 내 작품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런데 내 친구는 오히려 BTS가 나카지마 켄토의 무대를 표절한 거로 알고 있었다. 이건 나카지마 켄토의 팬들이 넷우익과 편을 먹고 여론몰이에 성공한 결과물이다.일본 내 BTS 팬덤이 나카지마 켄토의 팬덤보다 규모가 작을 리 없지만, 넷우익이 붙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은 그저 나카지마 켄토의 팬들이 대체로 도망치는 추세. 당연한 일인 게, BTS의 팬덤은 일본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전세계에 있다.) 친구놈이 하는 소리가 가관이다.


 "왜 한국은 자꾸 일본 무대를 표절하는 거야?"


 아니, 한국 연예인이나 방송국이 일본 무대를 표절한 적이 있는 게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 경우는 나카지마 켄토가 BTS를 표절한 게 맞다니까? 안무가까지 그렇게 말하는데 왜 그걸 인정 못 하느냔 말이다. 이렇게 일본은 정부의 보도자료, 미디어, 인터넷까지 무엇하나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국 인터넷처럼 여러 대형 커뮤니티가 SNS와 공존하는 세계도 아니라서 더더욱.


 참고로 이 친구의 와이프는 한국 음식과 드라마를 몹시 사랑하고 한국인과 결혼까지 한 혐한이다. 특이한 일은 아니다. 아베 신조도 한식 매니아였고, 아베 신조의 와이프는 한류 드라마를 사랑했다.




뱀다리) 몇해 전 일본으로 건너가 지금은 영업 사원으로 일하는 친구가 휴가를 맞이해 귀국했다. 힘들다고는 하는데, 혐한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그냥 외국인이 영업 사원으로 일한다는 사실이 힘든 모양이다. 예전에 일하던 호텔엔 혐한 직원들이 간간히 역사 문제로 시비를 걸어와서 그냥 무시해버린다고 말했지만, 지금 직장은 그런 애들이 없다고 한다. 천만다행이다.





  1. 당시 일본의 미디어가 한국의 지원을 똑바로 전달하지 않으려고 한건 확실하다. 외국에서 들어온 민간 지원 목록에서 한국만 쏙 빠져있길래 잘 찾아보니까 사족처럼 단문의 기사를 넣어놓았거나, 아예 며칠 뒤에야 한국에서도 지원이 왔다더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액수는 안 적어놓고 '대만이라면 모를까 왜 한국처럼 못 사는 나라에서 일본을 지원하느냐'는 기사도 있었다. 그나마 제대로 보도한 건 아사히 정도인데, 하필 아사히도 민간 지원금 보도에서 한국을 빼놓고 표를 만들었다가 뒤늦게 실수였다며 사과하고 한국을 포함한 표를 다시 게재했다. (이게 한국에 '일본 언론은 한국의 지원을 보도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퍼져있는 그 기사다. 아사히 측에서 뒤늦게라도 정정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아서 몇 차례 이를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정보가 알려지자, 한국 안에 '이제부터 더 성금하는 사람들은 매국노다'란 분위기가 퍼졌는데,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고 이 사실만 접한 뒤, 한국에선 일본에 성금한 사람들이 배척당한다며 불쾌하게 생각하는 일본인도 존재한다. 이게 언론 통제의 결과물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