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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 준비 과정과 후기 Feat 크린뷰올

즈라더 2019. 8. 24. 06:00

 대장내시경을 받으려면 속을 비워야 한다. 이 속을 비운다는 게 대장만 비우는 게 아니라 대장에 찌꺼기 하나 없이 깨끗해야 하므로 위부터 소장, 대장을 전부 깨끗하게 비운다. 찌꺼기가 남으면 그게 뭔지 체크하느라 시간을 다 허비하게 될 거고 거기에 남아 있는 균 탓에 제대로 된 검사를 할 수 없다고 한다.


 대장내시경을 받기 3일 전부터는 깨, 김치 등 속에 남을 수 있는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한다. 밥도 잡곡밥이 아닌 흰밥만 먹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먹을 만한 음식이라곤 계란뿐이라서 난 계란 반찬으로만 밥을 먹었다. 의외로 빵은 괜찮은데, 빵도 이것저것 들어간 빵이 아니라 식빵이나 카스테라 같이 남는 게 별로 없는 유형이어야 한다.


 대장내시경 전날에는 점심에 흰죽을 먹은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본격적으로 약을 먹기 시작한다. 저녁과 새벽 두 번으로 나누어서 1리터 정도 되는 약을 먹으므로 사실상 잠을 안 잔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려고 누워봐야 금새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게 되니 자고 싶어도 못 자는 쪽에 가깝다. 대체로 자는 걸 포기하고 아예 변기에 쭉 앉아서 대기를 탄다. 나 역시 아예 변기에 앉은 채 있었다. 중간에 뒤를 닦았다간 항문이 헐어서 피가 줄줄 흐를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문과 아무 관계가 없는 사진


 약을 먹고 시간이 좀 흐르면 건더기 같은 거 하나도 안 나온다. 물만 계속 나오고, 색깔도 소변 색깔에 가까워진다. 이 시점엔 이미 위부터 장까지 전부 깨끗해진 상태다. 나오는 물은 분변이 아니라 장액이 약과 섞여 나오는 거라서 냄새조차 없다.


 장이 과민한 사람은 아마 검사받으러 가서도 화장실에 들러야 할 거다. 사실, 장액만 나오기 시작한 시점에선 그렇게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다 쏟아내려 발악할 것까진 없다고 한다. 수면내시경을 받아서 어떤 식으로 시작되는지 몰랐는데, 시작할 때 대장에 남아있는 약물과 장액을 다 빼낸다나 뭐라나. 물론 그것도 정도가 있지 제대로 비우지 않고 갔다간 장액 빼내느라 시간 허비하고 제대로 검사를 못 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개인적으로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4일 동안 제대로 된 음식을 못 먹었고, 전날부터 잠을 못 잔 데다 변기에 앉아있느라 엉덩이에 멍이 들고 허리에 통증이 왔다. 내시경 당일엔 꽤나 수치스런 - 엉덩이에 구멍이 난 - 옷을 입고 병상에 누워 대기했는데, 누가 봐도 20대 중반 정도의 간호사 10명 정도가 돌아다니더라. 간호사 한 사람이 병상을 밀면서 내 엉덩이 쪽에 담요를 덮어줬을 땐 그냥 울고 싶었다.


 이걸 5년에 한 번씩은 받아야 한다니. 제발 다음 번엔 획기적인 방식이 개발되어서 이 고생을 안 하게 되길 바란다.



뱀다리) 내가 먹은 약은 크린뷰올. 1리터, 중간중간 먹는 물까지 총 2리터 정도만 먹으면 되는 최신 의약품이다. 예전에 주로 사용하던 약은 2~3리터 약을 계속해서 먹어야 했다던가. 크린뷰올은 게토레이 맛이었지만, 이전 약은 커피와 콜라를 섞은 듯한 역한 맛이라 다 토해버렸다는 증언도 다수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