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한국 문화를 즐긴다고 혐한이 아닌 건 아니더라

즈라더 2019. 8. 5. 00:00

 일본에서 케이팝 열풍이 불어닥친 걸 두고 '일본인들은 한국을 싫어하지 않아'라고 주장하는 건 어마어마한 실수다. 이는 케이팝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한국을 좋아할 거란 단순한 사고를 기반으로 하며, 케이팝을 좋아하면서 한국을 싫어하는 일본인의 사례로 아주 간단하게 부숴버릴 수 있다. 실제로 케이팝에 푹 빠져있는 일본인들 중에 혐한이 존재하다는 게 수년 전부터 계속 드러난 바 있다.


 그 사람들이 정말 케이팝에 빠져있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는데, 팬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팬미팅 자리를 비롯해 여러 행사의 사진을 찍을 만큼 얼굴까지 알려진 열정적인 팬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뒷계정, 그러니까 사진이나 팬 모먼트를 알리는 계정이 아닌 다른 계정을 몰래 만들어서 혐한 행위를 하다가 다른 팬들의 레이더에 잡힌 것이다. 계속해서 '난 혐한이 아니다'라고 발뺌하던 그들은 몇개의 계정이 더 까발려지자 뒤늦게 인정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난 케이팝의 팬이지 한국의 팬이 아니다. 한국은 혐오스럽다. 케이팝만 일본으로 빼오고 싶다."


 충격적인 건 이 다음이다. 그간 케이팝이 좋다느니 한국이 좋다느니 하던 수많은 일본팬이 혐한임을 커밍아웃하고 더러운 짓을 대놓고 저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그룹이 아닌 다른 케이팝 그룹 멤버의 사진을 가져다가 악의적으로 합성해서 퍼트리고, 한국 팬덤과 일본 팬덤을 구분해 '우리는 같지 않다'는 식으로 싸움을 시작했다. 분명히 말해두건데 이들은 '팬인 척하는 넷우익'이 아니라 진짜 열정적인 팬들이었다.



 이건 단순히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태국팬들 역시 '케이팝은 좋지만 한국이란 나라는 망해야 한다'는 논리로 한국을 엄청나게 공격하고 있으며, 유튜브에 케이팝 팬들을 위한 컨텐츠와 혐한 컨텐츠를 함께 올리다가 신고를 받고 계정이 잘리는 일이 일상다반사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팝 팬들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일본인들이 한국을 싫어하겠느냐고 주장한다던가, 일본의 한국 인형 가게에 일본인들이 잔뜩 모여있는 걸 보여주며 '저렇게 많은 사람이 한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해봐야 씨알도 안 먹힌다. 한국의 특정 컨텐츠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게 한국을 좋아하는 게 되진 않기 때문이다. 케이팝 팬덤이든, 한국 드라마 팬덤이든 간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혐한이 될 수 있고, 그런 광경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노출되어왔다.


 일본인들이 한국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으므로 민간교류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려는 것에 불만이 없고, 나 역시 민간교류가 어떻게든 이어지길 바라고 있지만, 그 근거가 겨우 케이팝이니 한류니 일본의 코리아 타운에 사람이 몰렸다느니 하는 거라면 전혀 안 통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차라리 얼마 전 시민 단체에서 일본이 잘못했다고 주장한 거라던가 한국에 우호적인 교수의 코멘트 등을 언급하는 게 낫다. 한국 대중문화의 팬임과 동시에 혐한인 일본인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오히려 역효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