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3학년 A반> 지긋지긋한 설교 클래스

즈라더 2019. 8. 3. 12:00

 <3학년 A반>. 일본에서 꽤 화제였고, 이래저래 좋아하는 배우도 나오고 해서 봤는데, 도무지 감당이 안 되는 바람에 끊었다 봤다 끊었다 봤다를 반복하다가 오늘 간신히 마지막회를 달렸다. 원래는 간단히 리뷰를 적어볼까 했는데, 그건 나중에 마음 내키면 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도무지 쓸 마음이 안 들어서.


 일본 드라마를 오랫동안 본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를 보고 딱 한 문장이 떠오를 것이다.


 "<춤추는 대수사선>, <히어로>, <고쿠센>으로 했던 설교를 그대로 하고 있어!!!!"



 어쩜 이렇게 고였을까. <고백>을 기대했는데, <고쿠센>이라니. 드라마 업계까지 이렇게 고이면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언내추럴> 같은 작품은 그저 기적이었을 뿐이었나.


 심지어는 촬영, 편집과 같은 영상 측면 역시 지독할 만큼 옛날 그대로를 고수했다. 20년 전 <롱베케이션>을 감상하던 때가 아련히 떠오를 정도. 설마 이걸 오마쥬라고 주장하진 않을 테지.


 촬영 기기, 드라마의 내용은 디지털로 바뀌었는데, 하는 이야기가 그대로인 걸 두고, 어느 시대에 도달해도 세상은 거기서 거기란 얘기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화법마저 그대로라는 건 쉴드치기 어려울 거다. 유치찬란한 대사나 허무맹랑한 극복 순간은 입에서 욕설이 절로 튀어나올 지경.


 누군가가 물어본다. 요새들어 왜 일본 문화를 두고 갈라파고스라고 하느냐고. 일본이 그렇게 싫으면 안 보면 되는 건데 왜 자꾸 보면서, 딱히 나쁘지 않은 것들을 갈라파고스로 치부하느냐고. 아니, 갈라파고스가 맞는데 어쩌라는 거냔 소리 밖에 안 나오더라. 갈라파고스의 제일 문제가 뭐냐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는 거다.


 평생을 일빠, 일뽕 소리 쳐들으면서 살아온 내가 이런 얘길 하고 있다. 와, 이거 정말 돌아버릴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