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케이팝의 일본인을 배척하면 안 되는 이유

즈라더 2019. 7. 15. 06:00

 '아가리 애국자' 


 자기가 뭘하는 지도 모르고 무작정 일본인을 욕하면 되는 줄 착각 속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미 사나의 연호 언급 논란 때 그 실체를 확인했지만, 이번 미나의 활동 중단 건으로 특정하는데 성공했다. 미나의 활동 중단에 관한 루머와 악플은 역바이럴 논란이 있는 터라 낚이는 사이트가 거의 없었음에도 유독 '아가리 애국자'들이 많은 그곳(!)들에선 화제가 되어 논란에 동참을 하더라. 이 아둔한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트와이스뿐 아니라 케이팝에 투신한 일본인이 매우 많은 요즘. 기획사들이 왜 일본인을 포함시켜 그룹을 내놓느냐, 왜 일본인을 데려다가 가수를 시키느냐며 화를 잔뜩 내는 아가리 애국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대체 저 사람들의 정체가 뭐냐 싶다. 왜냐니. 일본에서 돈 벌려고 그러는 거지.


더쿠 운영자가 아가리 애국자들에게 내린 철퇴. 이 양반도 가끔 괜찮은 일을 한다.


 그저 일본어가 능숙한 멤버가 있는 것만으로도 일본인의 호감을 살 수 있다. 외국의 어느 가수가 한국어에 능숙하다고 생각해보자. 한국인이 그 가수를 보는 기준이 급격히 긍정적으로 바뀐다.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과 크게 연관이 없던 어느 그룹의 멤버가 일본어에 능숙하다는 게 알려지면, 관심도가 급증하게 되어 있다. 이는 과거 카라, 소녀시대, 2ne1, 빅뱅의 셀링 포인트 중 하나였기도 하다. 그저 일본어를 하는 것만으로도 호감을 불러올 수 있는 상황에 아예 일본인 멤버가 포함되어 있다면 어떨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수준이다. 안 봐도 비디오, 디비디, 블루레이, VOD 다 불러온다. 그래서 기획사들은 앞다투어 일본인 멤버를 데려왔다. 


 그렇게 케이팝 그룹에 들어오게 된 일본인의 나이대를 살펴보면 딱 '신한류'라 불리며 폭풍처럼 몰아치던 카라, 소녀시대, 빅뱅을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두게 된 세대임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 이 세대의 특징은 '혐한'에 속해있다는 점이다. 한참 신한류에 동참해서 한국을 좋아라하던 이들이 이명박의 괴상한 행동으로 혐한으로 돌변했고, 그들은 지금 20대의 정치 무관심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넷우익에 동참하진 않아도 혐한임을 숨기지 않는 아베 신조의 지지자'가 되어있다. 20대의 정치 관심도가 엄청나게 낮은 지금, 이들은 혜성처럼 나타난 자민당의 구세주다. 자, 그런 주변 환경임에도 한국에서 케이팝 가수가 하고 싶다며 찾아온 이들이 어떤 이들일까? '대다수'가 주변의 반대까지 묵살했을 만큼 한국에 매우 우호적인 감정을 지닌 이들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잠재적 우군인 셈인데, 이들을 배척한다니 미련하단 말도 부족하달 밖에.


 케이팝으로 돈 좀 만져보려고 찾아온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보이는데, 어마어마한 착각이다. 저들은 일본인이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일본인은 대부분 일본 회사의 오디션을 본다. 한국 기획사의 오퍼나 끌어가기가 있어도 대개 무시하게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게 갈라파고스가 되었건 뭐건 일본 연예 산업의 규모는 한국보다 훨씬 크고 1억 3천만 명이나 되는 엄청난 인구수의 내수시장도 압도적이다. 그런 일본에서 데뷔하는 게 이득이지 뭐하러 한국까지 와 고생을 한단 말인가. 자꾸 잊어버리는 사람들을 위해 재차 말해두자면 한국과 일본은 아예 언어조차 통하지 않는 완벽한 외국이다. 한국에 대한 호감이 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자처하며 지옥 같은 연습생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은 드물 수밖에 없다. 


 물론, 혐한임에도 감추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드러난 그 사람만 비판하고 배척하면 그만이고, 전체로 호도할 필요가 없다. 한국 기업이 엔화 벌어올 수 있게 도움주는 일본인 멤버들은 오히려 환영 대상이다. 한국에 매우 우호적일 가능성이 큰 연예인이 엔화를 벌어올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고, 그 금액도 보통 큰 게 아니라서 기업의 '캐시카우' 역할까지 떠맡는다니. 오히려 아가리 애국자들보다 한국에 더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글 쓰면 일본 연예인 소비하는 사람이라고 오바육바 떨며 달려들겠지. 오바육바 떨더라도 글은 읽고 떨어주기를.


 완전히 같진 않아도 일본 관광객 역시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자. 그들 중엔 그저 가깝다는 이유로 한국을 극도로 혐오하면서 한국에 오는 이도 있겠지만, 보통은 한국에 우호적인 감정을 품고 찾아온다. 일본에선 주기적으로 한국에 여행하는 사람에게 공격을 가하는 넷우익이 존재하고, 우익이나 혐한이 아니어도 한국에 빈번히 여행을 가는 사람을 백안시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일시적인 데다 사재기 등의 조작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혐한 서적이 일본의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시기마저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에 찾아와서 돈을 쓰고 가는 일본인들을 배척한다니 말이나 되냔 말이다. 이건 잠재적 우군을 적군으로 만드는, 저기 갈라파고스에서 못 빠져나오는 아베 신조 같은 사람이나 하는 황당한 행동이다.


 지금 일본에서 아베 신조의 무역 전쟁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정재계 칼럼니스트들이 이유로 드는 건 대체로 두 가지다. '무역은 신뢰의 문제기 때문에 살을 내주며 뼈를 취하는 방식은 옳지 않고, 어쩌면 내준 게 살이 아니라 뼈일 수도 있다'와 '한국인 관광객이 일본에 오지 않게 되면 엄청나게 큰 타격이다'. 작년에 무려 750만 명이 일본 여행을 가서 엄청난 돈을 쓰고 왔다. 한국 인구가 5000만 명이란 걸 생각해보자. 일본 관광 업계는 이런 한국인들의 니즈에 맞춰서 돈을 투자하고 프로젝트를 전개했다. 따라서 일본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일본 여행을 떠나지 않고, 한국에 오는 일본인들을 따뜻하게 환영하는 것'


 이 된다. 이보다 더 완벽하게 일본 정부에 영향을 끼치는 방법이 또 없다. 


 유니클로나 무인양품 같이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는 일본 업체들을 불매하는 거야 (당연하고) 쉬운 일이지만, 다른 분야의 상품을 불매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집중하는 쪽이 더 낫단 생각이다. 남양에 대한 불매운동이 그럭저럭 괜찮은 성과를 본 건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유니클로나 무인양품, 일본 여행 역시 대체할 수 있다. 한국에 스파 브랜드나 가구, 식기 업체들이야 몇개인지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고, 일본 여행은 대만이나 태국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큰 만큼이나 일본에 위협적이다.


 오히려 한국에 도움을 주고 있는 케이팝 일본인 멤버들이나 일본인 관광객을 배척해가며 아베 신조 수준의 저능을 자랑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불매 운동이나 잘 참여하자. 역바이럴일 가능성이 있는 기사에 선동당해서 황당한 논란을 만들어놓고 인스타그램엔 일본으로 여행간다며 룰루랄라 인지부조화 실행하는 '저쪽' 애들 보고 있노라면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다.



뱀다리) 일본 내 케이팝 팬덤이 굳건한 이유는 주변에서 하도 공격하니까 안으로 뭉쳐 코어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이들을 한국인이 배척한다면? 정신차려라. 하는 짓이 넷우익하고 다른 게 없어 어떻게 된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