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핵의 전쟁 억지력은 신기루 같은 것

즈라더 2019. 7. 13. 06:00


 핵이 있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엉뚱한 이야기를 아직도 믿는 사람이 있다. 핵의 전쟁 억제력이니 뭐니하는 신기루 같은 해석.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 직전까지 갔다가 운 좋게 멈춘 걸 전부 핵의 억제력으로 생각한다면 안이한 해석이다. 수도 없이 많은 위기를 담당자의 재량 등으로 넘긴 그 순간들이 핵이란 무기의 두려움 때문이라고? 그럴리가. 핵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전세계 식민지에 맥심 기관총이 배치된 이후 유럽의 각국은 식민지 지역에서 전무후무한 살육을 벌였다. 핵이 일본을 상대로 '검증'이 끝난 무기인 것처럼 맥심 기관총은 식민지에서 말도 안 될 만큼 많은 사람을 죽여서 검증을 끝낸 무기였던 셈이다. 맥심 기관총을 개발한 맥심은 이 충격적인 무기를 개발함으로써 유럽 국가끼리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4천만 명에 가까운 이가 죽거나 다쳤다.


 무기는 억제력이 될 수 없다. 넘쳐나는 힘을 방출하는 대상이 될 뿐이다. 냉전 시대 내내 이어진 전쟁 국면에서 억제력을 발휘한 건 헥무기의 성능이 아닌, DNA에 새겨지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끔찍했던 세계대전의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