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다른 듯 비슷한 후속작

즈라더 2019. 6. 16. 09:30

 <나쁜 녀석들>은 사연 있는 범죄자들을 모아서 악당을 퇴치한다는 꽤나 뻔한 클리셰로 무장한 드라마였는데, 그 뻔한 것들을 '일본만화' 스타일로 소화해 나름대로 호응을 얻어냈다. 이곳저곳 허술한 것도 많고, 모 영화의 일부 혹은 전체를 그대로 붙여넣는 등 당혹스런 구석이 잔뜩 있었지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터 플롯 배치와 현란한 액션으로 커버한 바있다.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는 그런 전작의 성향을 상당부분 배반한다. 이 드라마는 일본만화보단 한창 때의 두기봉 영화나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한국의 범죄 영화와 궤를 같이 하고, 최근 영화판에서 과감하게 시도하고 있는 '목적이 모호해지는 아비규환'을 드라마에 옮겨놓은 경우다. 통쾌함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찜찜함을 완전히 벗어낼 수 없는 작품이란 얘기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전작과 마냥 다르진 않다. 억지와 허술함이 공존하는 내러티브, 대한민국 공권력의 집행 과정을 모조리 무시하는 무모함 등 당혹스러운 구석이 전작과 아주 꼭 닮았다. 반전을 위해 과도하게 깔아놓은 떡밥과 캐릭터의 '역할'을 무시하고 모든 게 폭력으로 귀결되는 사건 해결 과정마저도 닮았다. 전작과 같은 세계관임에도 상이한 무술 컨셉과 연출 컨셉 등은 이러한 허술함을 '리얼리즘'으로 무마하려는 일련의 시도 중 하나라 생각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시도가 제대로 먹혀서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에 <나쁜 녀석들>과는 다른 유형의 팬이 생겨났다. <아수라>가 그랬던 것처럼 이런 유형의 작품은 다소 허술해도 수요층이 확고한 편이다. 



 어차피 '리얼리즘'이라고 해봤자 다 과장인 거 모두가 안다.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가 보여주는 리얼리즘이란 가상의 도시인 '서원'을 (총이 없는) 멕시코 후아레스 수준으로 끌어내린 뒤, 등장인물들을 좀비로 만들어서 꾸며낸 가짜 리얼리즘이다. 팬들은 이 드라마가 정말 리얼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런 가짜 리얼리즘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에 취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이 드라마에 대해 전작과 비교해서 호불호를 따지는 건 '성향 차이'에서 시작되는 거고, 그 어느 쪽도 옳고 그름의 영역과 관련이 없다. 개인적으로도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가 전작보다 더 마음에 들긴 했지만, 전작보다 나아져서가 아니라 악에 받쳐서 몰아치는 드라마의 성향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전작과 거기서 거기 수준의 결과물이란 생각이다. 3개 시즌을 몰아넣은 것 같은 구조를 취하면서도 사건 간의 연결이 자연스럽다는 점, 자아도취에 빠진 캐릭터가 없다는 점 등 작가의 필력에 긍정적 변화가 있긴 하지만, 주요 인물을 과감하게 죽여가며 만들어낸 분노를 마지막까지 끌고가지 못 하는 점을 비롯해 여전히 단점이 산재해있다. '나쁜 녀석들'을 이끄는 우제문 검사는 대체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제 역할을 해내지 못 하다가 얻어 걸리는 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면서 답답함을 선사한다. 영리하게 법의 테두리를 넘나들며 악당을 잡아야 하는 인물이 제일 답답해버리면 이 시리즈의 설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참고로 <38사기동대>와 <나쁜 녀석들>,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는 하나의 세계관이다. <어벤져스>처럼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한 번에 모인 드라마나 영화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