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용결: 잃어버린 전설>은 특수효과가 많이 사용된 중국의 판타지치곤 괜찮다 싶은 영화에 불과합니다. 제목의 '지금은 못 만들 작품'이라고 한 건 대단히 좋은 작품이라서 그런 게 아녜요. <심용결: 잃어버린 전설>은 뜻밖에도 문화대혁명 시대에 일어난 사건 때문에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들을 주인공 삼아서 진행하는 영화에요.
그런 <심용결: 잃어버린 전설> 홍콩판 블루레이를 열어봤습니다.
중국에서도 문화대혁명은 흑역사 취급이고, 그게 옳지 않았다는 걸 딱히 부정하진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그런 세상의 시선을 마음 편히 받아들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심용결: 잃어버린 전설>은 제작 당시에도 마냥 속 가볍게 제작된 영화는 아니었을 거에요. 시진핑이 문화대혁명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이라서 그나마 넉넉한 제작비와 화려한 캐스팅으로 제작하는 게 가능하지 않았나 싶고요. 그런데 여러 국가적 변화를 겪고 난 지금은?
극단적인 국수주의가 뿌리를 잡아가는 지금, 중국 인민들은 중국 현대사의 부정적인 부분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건드는 영화를 싫어합니다. 여전히 마오쩌둥을 위대한 위인으로 취급하는 바보들이 지천에 깔려있는 데다 영화에서 그 지옥을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홍위병들은 지금도 멀쩡하게 살아있으니까요. (장예모가 괜히 국뽕 감독이 된 게 아니라눙) 숨어있던 홍위병들이 국수주의 열풍과 되돌아온 마오쩌둥 숭배 사상을 틈타 커밍아웃을 하고 있을 지경이라 <심용결: 잃어버린 전설>을 환영할 리 없습니다. 그리고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에요.
제가 이 영화를 볼 만한 영화라 말하는 건 극의 짜임새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클라이막스의 임팩트 때문이에요. 안젤라베이비가 문화대혁명의 트라우마로 등장해 주인공 일행을 지옥으로 끌고들어갈 때의 아비규환이 마음에 들어서. 그리고 2019년에 들어선 지금은 이런 영화가 앞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서 더 소중해지네요. 생각해보니 문화대혁명을 직간접적으로 다루는 영화들엔 흥미로운 작품이 많습니다. <패왕별희>라던가 <인생>이라던가. 물론, <심용결: 잃어버린 전설>은 그런 걸작들과 비교하는 게 우스울 정도로 수준이 떨어집니다만, 어쨌든 역사의 비극을 극으로 풀어내면 언제나 뾰족한 송곳이 생기게 됩니다. 매력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