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사나의 인스타그램 연호, 그게 뭔지도 몰랐던 사람들

즈라더 2019. 5. 4. 06:00

 트와이스 사나가 연호를 언급한 문제로 광기에 빠져버린 이들을 보면서 제가 지녔던 의문은 이겁니다.


 "아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이 연호를 쓴다는 것 자체를 잘 모를 텐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에 대해 욕하는 것 만큼의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일본이 연호를 쓴다는 것 자체를 모르다가, 사나의 메세지로 연호를 쓴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이 놀라서 이 지경이 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틀렸던 모양입니다.


 지금 사나를 공격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연호'가 뭔지도 몰랐던 것 같아요. 역사학자 전우용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건 전우용 역사학자의 말마따나 상식이에요. 저 같은 역사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이어도 쉽게 알 수 있는 상식. 그럼에도 굳이 이걸 상기시켜주는 걸 보면서 이분이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시나 싶었는데, 사나를 비난하는 글들을 다시 훑고 나서야 이해했어요. 진짜로 연호가 뭔지를 몰라요.


 전 눈물을 보인 사나의 모습을 보고 멘탈이 깨지고, 저들의 역사 지식 수준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아니, 어떻게 연호가 뭔지도 모를 수 있느냐고요. 심지어는 한국도 연호를 썼다는 걸 모르는 사람마저 한가득.  아무리 역사를 공부 안 했어도 한국이 연호를 썼었다는 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요? 심지어 한국도 잠시나마 일본처럼 독자적인 연호를 쓴 적이 있어요. 


 교과서에 고구려와 신라의 독자 연호 사용이나 고려 광종 시대의 칭제건원이 분명히 적혀있고, 여기서 '건원'이 바로 연호를 만들어 발표하는 거에요. 이후 중국 쪽의 반발을 고려해서 독자적 연호를 버렸지만, 이것 때문에 더욱 학교에서 고대, 중세사를 배울 때 잦게 다루곤 했습니다. 시험 문제로 내기 딱 좋지 않습니까?



 설사 역사에 관심도 없고 수업 시간에 자느라 그런 거 못 들었다 치더라도 X본 역사 디스하려면 근현대사의 기초는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배울 때 제일 먼저 배우는 게 쇄국 정책에서 개화기로 이어지는 대한제국 시대입니다. 대한제국을 파트의 서두에 뭐가 나올까요? <고종이 '칭제건원'해서 대한제국을 세웠으며, 연호는 '광무'였다>일 겁니다. 말 그대로 이게 대한제국의 시작이니까요. 일본의 군국주의를 비판하려면 한국의 근현대사를 반드시 알아야 하므로 이 파트는 무조건 공부를 해야하고, 공부를 했다면 '연호'가 뭔지도 몰랐을 리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일뽕에 취해서 미친 인간들이 한일 역사가지고 억지 시전할 때, 반박은커녕 그냥 빼애액대기만 하던 여초 사이트들을 보며 왜 저러지 싶었는데 이제 이유를 알겠네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반박할 만한 최소한의 지식조차 없었던 거에요. 진짜 아가리 애국자였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