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사키 아유미는 전성기 시절 에이벡스 내부에 있었다고 알려진 쿠데타(...)에 큰 역할을 하며 호감을 샀었죠. 주간지가 떠들썩하게 하마사키 아유미의 이미지를 깎아내려서 처음엔 부정적인 사람이 많았는데, 이후 에이벡스의 난이 어떤 방식이었는지 알게 된 대중은 그녀를 '투사'처럼 여겼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 에이벡스는 에이벡스의 난 이후에도 에이벡스의 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운영을 하고 있네요. 결과적으로 그저 가벼운 해프닝 정도로 끝나버린 꼴이고, 마치 방패막이처럼 굴려졌던 하마사키 아유미만 연예계 한구석으로 날아가버렸군요.
그런 하마사키 아유미의 뇌쇄적인 누메로 도쿄 5월호 화보 및 인터뷰입니다.
사실, 악재가 겹친 것도 있어요. 하마사키 아유미 특유의 창법은 그녀의 성대를 갈아버렸고, 차세대 솔로 여가수들이 범람하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에이벡스 스타일의 솔로 여가수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겪었습니다. 솔로 여가수의 몰락은 지금도 회복이 안 되는 지경.
약간 디테일하게 들어가보면, 일본은 지금 자국 대중음악을 잘 듣지 않아요. 세계 2위의 대중 음악 시장이라는 것도 무지막지한 인구를 바탕으로 한 내수 시장인데, 사람들이 잘 안 들어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AKB48과 쟈니스가 엄청나게 뻥튀기해놓아서 시장 규모는 유지되고 있지만, 정작 그 외 가수들의 앨범 판매량은 대부분 밑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음원 쪽으로 화끈하게 이주한 것도 아닌 터라 일본의 대중 음악은 전체적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어요. 다양성이고 뭐고 내다 던진 채 아키모토 야스시 프로듀싱의 그룹 쪽으로 일본 전역의 기업들이 스폰서를 해주겠다며 몰려가는 것도 다 그런 이유. 하마사키 아유미 역시 그런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 했던 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해도 하마사키 아유미가 성대가 아작 난 이후 보여준 라이브 실력이나 (어차피 외국팬들 신경 쓸 필요도 없을 테지만) 한국과 중국팬들을 향한 비이성적인 대응은 아쉬워요. 90년대 데뷔한 솔로 여가수의 마지막 보루라던 아무로 나미에가 그녀 답게 멋진 마무리를 한 걸 생각하면 더더욱. 특히 하마사키 아유미의 중국팬들은 열정적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경이라 그녀의 음반 판매량이 막대한 영향을 끼쳤었는데, 프로답지 못 한 행동 탓에 꽤 많은 팬이 떨어져나갔어요.
이렇게 화보만 보면 전성기와 다르지 않은 자태를 뽐내는 하마사키 아유미. 그러나 그간 있었던 일들은 마냥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 그녀는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