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블 퍼니셔 시즌2의 문제를 뇌피셜과 궁예로 정리

몰루이지 2019. 3. 31. 12:00

 어쩌면 <마블 퍼니셔 시즌2>의 문제는 <이퀄라이저2>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투 트랙의 이야기 전개. 서로 얽히는 일이 없을 두 이야기를 억지로 붙여놓은 서사가 제대로 다리를 걸고 넘어졌다. 분명히 같은 시즌인데 이토록 따로 놀기도 어려울 거다.


 물론, 제작진의 고충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마블 퍼니셔 시즌1>이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긴 했지만, 프랭크 캐슬 본인의 PTSD 치유와 밀리터리 첩보에 집중한 '논-히어로' 드라마에 가까웠다. 분명히 주인공이 퍼니셔라는 히어로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리즈물임에도 히어로물의 범주에서 빼야 하는 괴상한 상황. 그로 인해 받았던 혹평 세례를 시즌2에서 또 받을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제작 환경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았던 것 같다.



 <디펜더스>의 혹평 이후,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마블 시리즈물의 조회수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디즈니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서 계약 연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건 거의 오피셜이나 다름없었다. 이게 영향이었는지 넷플릭스가 <디펜더스> 이후의 마블 시리즈물에 제작비를 투자하지 않은 게 대놓고 드러났다. <마블 데어데블 시즌3>나 <마블 제시카 존스 시즌2>, <마블 루크 케이지 시즌2> 등 모든 작품에서 돈 냄새가 완전히 사라지더니 <마블 데어데블 시즌4>는 시즌3의 호평을 무시하듯 제작이 캔슬되었다. <마블 퍼니셔> 시리즈 프로듀서들의 마음이 급해진 것도 이해가 가는 정황이다.


 시즌3가 캔슬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적어도 시즌2에선 프랭크 캐슬이 악당을 죽이고 다니는 다크 히어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빌리 루소가 직쏘로 변해 뉴욕을 위협하는 이야기 역시 떡밥만 남겨두고 끝낼 순 없는 일. 어쩔 수 없군. 두 가지를 시즌2에 전부 다 하자. 이런 마음가짐을 지녔던 게 아닐까? 그 결과가 바로 완전히 따로 노는 투 트랙의 시나리오. 이런 내 멋대로의 뇌피셜을, 시즌 내내 하나에 집중하지 못 하고 왔다갔다하는 프랭크 캐슬이 오피셜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마블 퍼니셔 시즌2>는 빌리 루소 즉, 직쏘 이야기를 아예 포기하고 미국을 배후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힘과 종교와 가족애로 세뇌된 해결사 이야기에 철저하게 집중해야 했다. 존 역할을 연기한 조쉬 스튜어트의 놀랍도록 뛰어난 연기로 그려진 이 암울한 이야기는 퍼니셔란 히어로에게 완벽하게 어울렸고, 제작진 역시 몰입했는지 놀라운 장면을 여럿 만들어냈다. 비록 시간상 제대로 묘사하진 못 했지만 아이러니함과 비정함이 혼재되어 있는 존의 심경 변화와 엔딩 역시 고민을 거친 티가 역력하다.


 반면, 직쏘의 이야기는 모든 게 널뛰기다. 직쏘가 탈출하는 것도 얼렁뚱땅에 배우들도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듯했고, 제작비를 어찌나 적게 썼는지 합이 맞지 않았는데 허접한 CG의 피를 튀기며 죽는 괴상스런 장면까지 등장한다. 직쏘의 이야기에서 건질 수 있는 건 마다니 역할을 맡은 앰버 로즈 레바의 연기 하나뿐이다.



 미국의 시리즈물은 여러 작가가 번갈아가면서 각본을 쓰고 여러 감독이 번갈아가면서 연출하는 일이 잦은데, 그래서인지 시작점이 다른 여러 이야기를 하나로 잘 엮어낸 작품을 만들지 못 하고 있다. <마블 퍼니셔 시즌2>엔 분명히 직쏘와 존, 그리고 슐츠 가문을 엮어서 위협을 배로 가중시키거나 자중지란으로 서로 죽고 죽이는, 갱스터 영화 스타일의 진혼곡을 연주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양쪽 빌런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고, 심지어 비슷한 공간에 있는 순간에도 마치 서로가 존재를 인식하지 못 하는 것마냥 무시하며 엮이길 거부한다.


 제작비는 없고, 떡밥은 많고, 이야기할 것도 많고, 그런데 다음 시즌이 나올 가능성은 없고. 어쩔 도리 없다는 듯 꾸역꾸역 이것저것 밀어넣은 결과가 <마블 퍼니셔 시즌2>다. 그렇게 엉망진창이 된 상황에서 신 들린 연기를 보여준 조쉬 스튜어트와 앰버 로즈 레바에겐 찬사를. 그리고 놀라운 퀄리티로 그려진 두 차례의 총격씬에도 찬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