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순위 및 칼럼

넷플릭스 주간 순위 4월 10 - 16일, 한국 영화와 극장가에 희망은 없다

몰루이지 2023. 4. 19. 09:02

 잠결에 끄적끄적한 글이라 엉망진창이니 그러려니 하면서 봐주시길.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한국 영화와 극장가의 위기설에 대해 많은 이가 말한다. '시대가 변했다', '극장에서 망해도 OTT는 성공하고 있다' 등등. 말이 OTT지 이는 넷플릭스를 의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극장에 내걸 생각은 이제 그만하고 넷플릭스 영화나 만들어라'에 가깝다는 얘기다. 극장에선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나 보고, 한국 영화는 집에서 보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따라서 이 사태에 대해선 '한국 영화 = 극장'이라는 공식을 정해놓고 정리해 보자.

 

 한국 영화의 퀄리티가 별로 좋지 않다는 주장은 <헤어진 결심>을 비롯한 훌륭한 작품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었기에 확고히 부정할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굿즈 팔이와 장기 계약의 힘일 뿐, 이전보다 특별하게 잘 나가고 있는 건 아니다. <슬램덩크>가 얼마나 오랫동안 극장에 걸려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시라. 예전 같았으면 1~2주 안에 극장에서 다 내려갔을 작품이 개월 단위로 버티고 버티면서 400만을 넘긴 것이다. 차라리 극장도 케이팝 음반처럼 굿즈 팔이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증거라 여긴다면 더 정확할 듯하다. 티켓의 가격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괜찮아질 거라는 주장 역시 다소 상황을 얕잡아본 결과라 생각한다. 

 

 난 지금 한국 극장가의 위기는 버릇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사람들은 코로나19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보다는 OTT에서 영화를 보는 것에 더 버릇을 들였다. 눈앞의 수익만을 바라본 채 아둔하게 OTT로 전환을 꿈꾼 제작사들의 행태가 이를 부추겼다. 우리나라는 유독 다른 나라에 비해서 영화의 홀드백 기간이 짧아서 극장에 한참 걸려 있는 와중에 바로 VOD 혹은 OTT로 제공되는 일도 있다. 눈앞의 이익, 조금이라도 더 당겨서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관객들의 습관을 바꿔버린 것이다. 2년이다. 2년은 절대로 짧은 시간이 아니며, 대중문화에 있어선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다. 어떤 영화든 2년이 지나버리면 '옛날 영화' 취급을 받는다. 어쩌면 우리는 이제 다시는 한국 극장가의 부활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일본처럼 극장가가 애니메이션과 굿즈 팔이로 뒤덮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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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한국 영화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을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는 어떨까. 아시다시피 OTT는 한계가 명확한 곳이다. 작품 제작 편수가 제한적이고, 공개된 뒤에는 OTT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상당한 차별과 마주해야 한다. 나부터가 그렇다. 최근 공개된 <길복순>을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지 않았지만, 이 작품이 정말로 엉망진창인 건지, 아니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라는 이유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건지 확신이 안 선다. <길복순>은 로튼 토마토에서 토마토 지수 81%, 팝콘 지수 83%를 기록했고, IMDB 6.6점, 메타 크리틱 67점을 기록했다. 이 정도면 가볍게 즐길거리로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수치다. <서울대작전>, <정이>를 비롯한 여러 한국 오리지널 영화들이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에 가지게 된 편견이 <길복순>을 혹평하도록 만든 걸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다른 이유에서도 넷플릭스나 OTT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OTT도 예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 영화를 살려낼 수 있을 만큼의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또한, OTT는 한정된 예산으로 한국 드라마를 영화보다 우선시해서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예정되어 있는 한국 영화도 별로 없다. 그럼 쿠팡 플레이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티빙과 같은 국산 OTT의 홀드백 없는 공개에 기대를 걸어야 할까? 그럴 리가. 그건 꿀벌을 탄 독을 마시는 꼴이다. 결론은,

 

 답이 없다.

 

 솔직하게 말한다. 한국 영화를 살리기 위해서 OTT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이번주 넷플릭스 주간 순위에서 <길복순>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었다. 3주 차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그다지 긍정적일 리 없는 결과다. 태국 영화 <헝거>가 대박을 터트리는 걸 <길복순>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이런 결과 속에서 넷플릭스가 한국 영화에 공을 들일까를 생각하면 아찔하게만 느껴진다. 지금까지 공개된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영화 중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이 <카터>라는 사실이 많은 걸 시사한다고 본다. 디즈니 플러스나 국산 OTT라고 얘기가 다를 것 같지 않다.

 

 이미 한국 영화와 극장가의 추락 세는 우리의 손에서 벗어났다. 극장들이 티켓 가격 인하를 거부한 시점에서 유일하게 해 볼 수 있는 조치라면 역시 굿즈 팔이 밖에 없다. 극장의 더러운 거부권을 발동한 시점에서 자존심(?)을 버리고 굿즈 팔이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 이번에 공개되는 <드림>과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발레리나> 등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글쎄, 현실을 타개할 만한 성적이 나와줄까? 난 모르겠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영화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영화 차트의 1위는 <세븐 킹스 머스트 다이>가 차지했다. 시즌 5까지 방영된 드라마 <라스트 킹덤>의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라고 한다. 긴 시리즈였던 만큼 팬덤이 쌓인 건지 최근 플릭스패트롤에선 <헝거>를 잡는 데 성공했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영화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영화 차트에선 <헝거>가 초대박을 터트렸다. 한국 영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터트린 초대박이라서 태국 쪽에선 태국의 시대가 왔다며 신이 잔뜩 난 모양이다. 저 성적이면 충분히 그럴 법도 하다.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추이를 보아선 넷플릭스 역대 순위 비영어권 영화 10위 안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길복순>은 3주 차에 들어서 큰 낙폭을 기록하며 무너졌고, <비상선언>은 차트 아웃 직전이다. 한국 영화가 드라마처럼 연달아 대박을 터트리는 날은 언제쯤 올까.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TV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TV 차트의 1위는 여전히 <나이트 에이전트>다. 아직도 <24> 스타일의 액션 스릴러가 유효하다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 아마도 앞으로 이런 스타일의 작품이 다시 늘어날 듯하다.

 

 어마어마한 호평과 함께 재미있다는 반응이 사방팔방에서 튀어나오고 있는 <비프: 성난 사람들>은 성적만 보자면 조금 아쉽다. 만듦새에 비해 결과가 따라주질 않는 모양새. 물론, 작품의 제작비를 고려하면 넷플릭스 내부적으론 만족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TV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TV 부문의 1위는 한국 드라마 <퀸메이커>가 차지했다. 기대가 그렇게 크지 않은 작품이었고, <퀸메이커>를 본 사람들마다 '재미는 있지만, 이게 왜 넷플릭스 오리지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1위는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플릭스패트롤에서 뒤늦게 반응이 오더니 주간 순위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물론, 수치는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다.

 

 <퀸메이커> 외의 한국 드라마는 <더 글로리>, <신성한 이혼>, <일타 스캔들>, <환혼>이 있다. 대체 <환혼>은 왜 다시 올라온 걸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의 다음 타자는 <택배기사>. 조의석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는 작품으로 총 6부작이다. <포스트 맨>, <데스 스트랜딩>과의 유사성이 언급되곤 하는데, 과연 이 작품이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