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걸그룹/뉴진스

뉴진스와 르세라핌, 하이브 레이블이 내놓은 대비적 그룹들

즈라더 2023. 2. 14. 15:46

 뉴진스와 르세라핌은 같은 레이블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완전히 다른 유형의 걸그룹이다. 르세라핌은 블랙핑크가 한참 유행시키고 있는 라틴 음악과 힙합의 교묘한 접합점을 그대로 계승한 그룹이고, 뉴진스는 민희진 특유의 감성을 처음으로 100% 드러내는 세기말적 디스트로이어다. 어쩌면 약간 새로운 것과 약간 익숙한 것의 대비인 셈이다. 


 재미있는 건 정작 안무 측면에서 힙합의 성향은 뉴진스 쪽에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르세라핌은 음악과 달리 기존 케이팝에서 볼 수 있었던 SMP의 공식을 고스란히 따른다. 가벼운 뉴진스의 안무와 극기에 가까운 르세라핌의 안무. 이렇게 양쪽은 음악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부분에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새로운 쪽에 더 환호를 보내겠거니 할 수 있는데, 실은 꼭 그렇지도 않다. 현시점에선 뉴진스 쪽이 훨씬 더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르세라핌이 대중의 주목을 받지 않는 게 아니며 (오히려 르세라핌의 대중성 정도면 이미 거물 중의 거물급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과중한 체급이다. 뉴진스가 너무 잘 나가는 것뿐.) 이는 한국 대중이라고 해서 무조건 새로운 걸 바라진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뉴진스의 신선함 만큼이나 르세라핌의 익숙함도 화끈하게 어필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따지고 보자면 테디 스타일의 아이돌로 데뷔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2ne1과 재정립된 여성판 SMP를 계승했던 소녀시대의 대비와 비슷하다.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 아시다시피 2ne1과 소녀시대 모두 초대박을 터트린 걸그룹이다. 그럼 지금 현재진행형인 익숙함은 어느 쪽에 있느냐. 블랙핑크로 봐야 한다. 음악적으론 2ne1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블랙핑크가 보편화된 예쁨으로 익숙함을 시연하며 월드 클래스가 되었다. 신선함으로 가득했던 레드벨벳은 분명히 특급 인기를 누렸지만, 블랙핑크만큼의 초대박 행진을 보이진 못했다.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 중에 어느 게 더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다.


 뉴진스와 르세라핌은 그 모든 대비점을 계속해서 주목하게끔 한다. 하필 같은 레이블에 극과 극의 위치에 있는 그룹이 같은 해에 데뷔했다. 하이브는 소녀시대와 2ne1을 다 데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이 없어서 더 흥미진진하다.


 개인적으론 뉴진스의 Ditto를 듣고 경악했다. 안무를 보고 특히 더 경악했다. 박자를 쪼개고 쪼개서 그 틈에 담은 민희진의 감성에 '바로 이거지!'란 생각을 했다. 지나치게 어려 보여서 관심이 안 가던 뉴진스에 처음으로 관심이 가기 시작했달까. Attention 당시의 지나친 앳됨이 비로소 걷혔고, 이제야 뉴진스의 흐름을 캐치할 수 있었다. 이젠 그녀들이 대세가 될 것이란 확신이 든다. (아니, 이미 되었나?)르세라핌의 성공을 확신한 것과는 다른 유형의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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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로 뉴진스의 하니, A.K.A 팜하니의 마리끌레르 화보. 정말로 인형처럼 생겼다. 두 번째 사진은 눈썹을 이상하게 그리긴 했지만, 첫 번째 사진은 그야말로 팜하니 그 자체다.

 

뉴진스 하니 마리끌레르 표지
뉴진스 하니 마리끌레르 표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