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순위 및 칼럼

넷플릭스 주간 순위 11월 14일 - 20일, 한국 드라마의 거대한 공백기

몰루이지 2022. 11. 23. 13:48

슈룹 포스터

 

 플릭스패트롤에 이어서 공식 넷플릭스 주간 순위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전멸에 가까운 상태다. 일단 넷플릭스에 서비스되는 최신 한국 드라마의 수가 너무 적다. 기대했던 <재벌집 막내아들>은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가 판권을 경쟁을 하는 과정에 Viu와 라쿠텐 viki가 해외 판권을 쓸어가 버린 건지 외국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에서는 <재벌집 막내아들>을 볼 수 없다. 스튜디오 드래곤의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스튜디오 드래곤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디즈니 플러스조차 외국에 서비스할 수 없을 줄은 몰랐다. 이는 절대 한국 드라마 전체적으로 보면 이득이 아니다. 라쿠텐 viki와 Viu는 한국 드라마 팬덤 외엔 잘 구독하지 않는 OTT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가볍게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굳이 다른 OTT를 추가해서 구독할 리가 없지 않나.

 

 서비스되지 않는 걸 부진이라고 말하는 게 맞느냐고 물을 수 있는데,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부진이란 얘기를 안 하겠지만,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보이질 않으니 인기가 없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지금 넷플릭스는 사실상 한국 드라마 공백기에 가까운 형태를 보인다. 잘 모르는 외국인들, 혹은 알아도 모르는 척하는 외국인(예를 들어 일본 넷우익)들은 한국 드라마의 시대가 끝났다며 기뻐하고 있다. 이게 제일 문제다. 일본 넷우익은 일본이 세계에 진출시킨 것들 중에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이다. 그들은 외국 커뮤니티 등에 온갖 말도 안 되는 글을 다 적으며 한국을 비하하기 바쁘고, 정보를 혼동시키거나 정착시킨다. 한국 대중문화의 성공이 정부에서 나오는 돈 때문이라는 다소 엉뚱한 이야기는 일본 넷우익들의 치밀한 작업을 거친 뒤 '정설'이 되어버렸다. 이제 그들은 '한국 드라마의 시대가 끝났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그렇게 한국 드라마가 공백기를 겪는 동안 한국 드라마를 대체하고 있는 작품들은 난감하게도 중국 드라마와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야금야금 파이를 파먹고 있다. 여기엔 이전부터 쭈욱 지적해왔던 넷플릭스 코리아의 헛발질도 상당한 비중을 지니고 있어서 조금 지치는 기분이 든다.

 

반응형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영화 차트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영화 차트에선 <폴링 포 크리스마스>가 1위를 2주 연속으로 차지했다. 그렇게 재미있나 싶어서 보려다가 확 늙어버린 린제이 로한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접어뒀다. 86년생이면 아직 전성기인데 벌써 저렇게 늙어버리다니. 고달픈 삶은 사람을 늙게 한다더니 진짜인 모양이다.

 

 <슬럼버랜드>는 제이슨 모모아 주연의 겨울 시즌에 적합한 판타지인데, 첫 주 성적이 조금 시원찮다. 기대만큼 성공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

 

 넷플릭스 역대 순위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에놀라 홈즈 2>는 막판에 힘이 떨어져서 아슬아슬하게 실패할 것으로 여겨진다. 다음 주 순위에서 성적이 확 오르지 않는 한 매우 어렵다고 봐야겠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영화 차트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영화 순위는 지난주와 대동소이하다.

 

 <사라진 탄환 2>의 성적이 매우 좋다. 이 추이대로라면 넷플릭스 역대 순위 10위 안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만약, <사라진 탄환 2>가 역대 순위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면 한국 영화 <카터>는 10위 안에서 사라지게 된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3위에 안착하면서 <카터>가 10위로 떨어진 상태기 때문이다. 참고로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사라진 탄환 2>는 여전히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TV 차트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TV 차트에선 <더 크라운>이 2주 연속으로 1위를 지켰고 <1899>가 새롭게 진입했다.

 

 <더 크라운> 시즌 5는 안타깝게도 성적이 모호하다. 지난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 당시에 화제가 되었던 <더 크라운>이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서 반등을 노려보고 있었을 텐데, 결국 이전 시즌들과 마찬가지로 역대 순위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라져 갈 운명에 처했다. 이렇게 주간 순위에 적당히 이름을 올리다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역대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고 해서 그게 실패작인 건 아니다.

 

 <1899>는 <다크> 제작진이 만든 미스테리 스릴러인데, 평가가 굉장히 모호하다. 감상한 사람마다 <다크> 수준으로만 만들면 좋았을 것을 너무 지나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포일러가 들어간 평가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그렇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반응과 별개로 로튼 토마토의 토마토 수치와 팝콘 수치는 그럭저럭 좋은 편이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TV 차트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TV 차트에 한국 드라마가 3개 들어갔다. 그러나 <작은 아씨들>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미 오래전에 끝난 작품이고, 아시아권 몇몇 나라에서 줄곧 재감상을 하기 때문에 순위에 오른 것에 불과하다. 즉, 지금 한국 드라마 중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건 - 최신 드라마 중 외국에 제대로 서비스해주고 있는 건 - <슈룹> 하나뿐이다. <슈룹>은 플릭스패트롤과 넷플릭스 주간 순위를 통합해서 봤을 때 초반부 부진에서 탈출한 것으로 여겨진다. 적당히 흥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썸바디>가 순위에 없다는 것. 이건 첫 주에는 3일 성적밖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인데, 그걸 별개로 보더라도 <썸바디>는 아시아권에서만 적당히 흥하고 있다. <모범가족>과 흡사한 추이를 보이고 있으므로 플릭스패트롤 일일 순위 10위 안에 들기가 쉽지 않아 보이고,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주간 순위에나 이름을 적당히 올리다가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지금이라도 넷플릭스가 마음을 고쳐먹고 글로벌 홍보를 진행한다면 또 모를까.

 

 

 참고로 <썸바디>는 홍보를 해도 될 만큼 훌륭하게 잘 빠진 작품이었다. 느린 템포의 에로틱 스릴러. <은교>를 감독한 정지우 감독의 연출력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 <썸바디>를 감상하고 나니까 <썸바디>를 유럽과 미국 쪽에 홍보하지 않고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2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넷플릭스 코리아의 선택이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2가 <썸바디>보다 더 잘 빠진 작품인지 한 번 지켜보기로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K 컨텐츠의 다음 타자는 드라마 쪽으론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2와 <더 글로리>가 대기 중이고 영화 쪽으론 연상호 감독의 <정이>가 대기 중이다. <더 글로리>는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인데, <비밀의 숲>을 연출한 안길호 감독이 무려 김은숙 작가의 각본으로 연출을 해서 화제다. 본래 2023년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올여름에 촬영을 마치고 바로 편성을 받았다. 아마 넷플릭스 쪽도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들이 연달아 부진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한편, <정이>는 연상호 감독이 <지옥>으로 함께했던 김현주와 다시 뭉친 데다 강수연 배우의 유작이라서 적어도 한국에선 자동으로 홍보가 될 법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론 SF 전쟁이라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장르기 때문에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설마 <반도>처럼 날림으로 연출하진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