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디즈니 플러스의 만달로리안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6.5'라 봐야 옳다

즈라더 2022. 11. 19. 06:00

 가끔 글이 잘 안 써지는 작품이 있다. (솔직히 요새는 모든 작품이 그렇다.) <만달로리안> 역시 그중의 하나. 앞으로 글이 잘 안 써지는 작품에 대해선 의식의 흐름조차 팽개치고 그냥 떠오르는 것들을 무작정 적어볼 생각이다. <만달로리안>을 보고 떠오르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인 딘 자린

 

1. <만달로리안> 시즌 2에 아소카 타노와 루크 스카이워커가 나온다. 아소카 타노가 나온 에피소드는 서부극 + 일본의 무사극이 배합되었다. 아소카 타노가 치르는 결투씬과 딘 자린이 치르는 결투씬이 바로 옆에서 벌어짐에도 마치 완전히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꾸며져서 흥미롭다. 루크 스카이워커의 등장씬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다스 베이더 등장씬과 매우 흡사하게 연출되었다. 스타워즈 프리퀄 트릴로지를 제외하면 라이트 세이버 액션이 가장 잘 표현된 작품이기도 해서 많은 사람이 만족감을 표했고, 나 역시 만족한다.

 

2. <만달로리안>은 서부극이다. 정확히 규정하자면 스페이스 웨스턴인데, 스페이스 오페라와 달리 할리우드에서도 많이 만들어본 적 없는 장르라 생소할 거라 생각한다. 만달로어가 함락되고 행성이 박살 나는 비극을 겪어 숫자가 매우 적지만, 여전히 강력한 전투 종족인 만달로리안의 일원, 딘 자린이 아이를 지키면서 우주를 떠돌며 악당들을 해치우는 다크 히어로가 된다는 내용이다. 스페이스 웨스턴이라는 점에서 <카우보이 비밥>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로구라는 아이를 보호하는 여정이란 점을 고려할 때 사무라이가 떠오를 수도 있겠다. 스파게티 웨스턴의 시작이 <7인의 사무라이>를 카피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장르적 법칙을 굉장히 잘 수행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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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의 스케일이 대단히 크다

 

3. <만달로리안>은 시즌 1과 시즌 2의 스케일 차이가 막심하다. 아마 시즌 1이 크게 성공하면서 시즌 2에 제작비를 더 투자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이 크게 성공하면서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의 스케일을 키울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당연하지만 스케일이 커진 만큼 액션 분량도 훨씬 늘어났다. 특히 시즌 2 1화는 클라이맥스를 1.78:1 화면비로 만들어서 아이맥스처럼 화면이 넓어진다.

 

4. <만달로리안>의 영상 질감은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오비완 케노비>와 흡사하다. 아무래도 디즈니 측에서는 디지털로 촬영되는 실사판 스타워즈 영화와 드라마를 전부 다 동일한 질감으로 만들어지길 원하는 것 같다. 제일 먼저 만들어진 게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이므로 그 영향력일 것이다. 아시다시피 디즈니는 특정 시리즈물에 일괄된 영상 컨셉을 강요한다. 마블의 영화들이 어떤 감독이 오든 간에 비슷한 영상 질감으로 탄생하는 걸 보시라. 살짝 어두침침한 모노톤 색상에 거친 그레인, 과하지 않은 HDR 효과 등, 스타워즈의 팬이라면 이런 영상 스타일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아소카 타노

 

5. 다크 세이버가 나온다. 아마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다크 세이버가 뭔지도 모를 텐데, 만달로어 지배자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검은색 라이트 세이버다. 제다이의 라이트 세이버와는 달리 손잡이가 베스카로 되어 있어서 절대 부서지지 않는 무적의 무기에 가깝다. 디자인도 라이트 세이버의 둥근 느낌이 아니라 일반적인 검날처럼 생겼다. 베스카가 뭐냐고? 스타워즈판 아다만티움이나 비브라늄 정도로 해석하자. 베스카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파괴할 수 없다. 베스카의 실사화 역시 <만달로리안>이 처음이다. 

 

6. 작품의 배경은 대체로 황량하다. 이는 스페이스 웨스턴이란 장르에 어울리게 하려고 의도한 것이긴해도 애초에 '외곽 은하'라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 때부터 존재하는 컨셉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9: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를 통해서 미개척 은하(이 근방에서 제국과 신공화국의 최종 전투가 벌어졌다고 한다.)가 존재한다는 게 드러나기도 했으니 대충 알겠지만, 스타워즈 세계관에도 도시와 시골이 있다. 게다가 시간적 배경도 서부극 찍기에 딱 알맞다. 제국이 무너진 직후, 신공화국이 들어서긴 했으되 그 행정력이 사방팔방에 완전히 미치진 못하는 시점이다. 각종 군벌들이 난립하고 제국 부활을 꿈꾸는 이들이 멀쩡하게 살아 있는 시기. 작품의 메인 빌런인 모프 기디언 역시 그런 이들 중 하나다. 그런 위험천만한 시대니 만큼 악당도 많고 사연도 많은 게 당연하지 않나. 즉, 많은 사람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7: 깨어난 포스>가 다뤄주길 바랐던 그 내용을 <만달로리안>이 다루고 있다는 얘기다. 아마 <만달로리안>이 압도적 걸작이 아님에도 많은 사람으로부터 찬사를 받는 건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루크 스카이워커

 

7. 각 에피소드가 끝나면 크레딧과 함께 컨셉 아트를 슬라이드 해준다. 컨셉 아트를 보면 본편에 들어가지 않은 장면도 존재하므로 넘기지 않고 쭈욱 보면 참 재미있다.

 

8. 스타워즈를 조금 깊게 들어가지 않으면 이름조차 생소할 법한 만달로리안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6-1' 혹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6.5'라고 생각하면서 감상하면 적합한 작품이다. 디즈니 측에서도 이를 인정이라도 한 듯 사실상 메인 스토리로 삼아버렸다. <만달로리안>의 성공에 힘 입어 <북 오브 보바펫>이 공개되었고, <스타워즈: 아소카> 역시 예정되어 있다. <스타워즈: 아소카>는 헤이든 크리스텐슨이 연기하는 다스 베이더의 등장까지 예정되어 있으므로 (아마도 회상씬 등으로 나올 듯하다.) 이를 보기 위해서라도 <만달로리안>은 감상하는 게 좋다. 만약, 스타워즈 시퀄 트릴로지에 애정이 있다면 편견을 버리고 감상해보시길.

 

9. <북 오브 보바펫>은 <만달로리안> 시즌 3를 감상하기 전에 꼭 감상해야 한다. <만달로리안> 시즌 3는 내년 봄에 공개가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