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녀>의 주간 순위 누적 수치는 역대 순위에 들어가기엔 까마득하게 먼 수치지만, 그래도 기대 이상이라고 봐야 한다. 솔직하게 고백한다. 난 <20세기 소녀>가 유럽 각국의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거라 상상조차 못 했다. 비록 짧게 타오르고 사라진 모양이지만, 어쨌든 <20세기 소녀>처럼 한국적인, 그리고 몹시나 웹툰 느낌이 나는 다소 유치한 작품이 어느 정도는 먹혔다는 것 아니겠나. 플릭스패트롤의 일일 순위 기준으로 전체 10위 안에 아직도 들어가 있다는 점이 특히 고무적이다.
물론, 홍보의 힘일 수도 있다. 추천 작품에 띄워주느냐 띄워주지 않느냐에 따라 성적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혹여 <20세기 소녀>의 홍보에 돈을 많이 써서 나온 성적이라면, 오히려 실망스럽다고 할 수도 있겠다. 아무리봐도 돈을 잔뜩 들여가며 홍보해줄 작품으론 보이지 않는다. 뭐,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화제를 모았던 노윤서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이런 유형의 로맨스물은 때때로 배우의 힘에 기대어 성공하는 것도 사실이니까.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영화 부문 1위는 <그 남자 좋은 간호사>다. 연기파에 인기가 많은 배우를 둘이나 데려다가 주인공으로 삼은 스릴러이니 만큼 연기력 보는 재미 하나는 끝내준다고 한다. 어쩌면 당연한 1위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 남자 좋은 간호사>의 3일 치 성적이 너무 좋아서 2주 차 7일 치 성적이 적용된 <선과 악의 학교>가 밀려버렸다.
참고로 10위에 랭크된 <블레이드 오브 더 47 로닌>은 그 망작이란 소리를 듣던 <47 로닌>의 속편이다. 깜짝 놀랐다. 비록 넷플릭스, VOD 전용으로 제작되었다곤 하지만, 어쨌든 속편이 나왔다는 거니까 말이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영화 부문은 넉넉하게 <서부 전선 이상없다>가 차지했다. 같은 제목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넷플릭스의 이번 작품이 3번째 리메이크라고 한다. 원작이 탄탄한 덕분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평가는 어마어마하게 좋다. 조만간 보려고 대기 타고 있는 중.
한국 영화 <20세기 소녀>는 예상보다 성적이 좋지 않다. 2천만 시간은 넘겨줄 거라 여겼는데 조금 모자르다.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이미 전체 7위까지 떨어지고 대다수의 나라에서 10위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기 때문에 다음 주 수치는 아주 많이 떨어질 것이다. 역대 순위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영어권 TV 부문은 조 샐다나 주연의 <프롬 스크래치>가 1위를 차지했다. 2주 차 성적이기 때문에 가장 높은 성적이라 보면 될 거고, 따라서 <길예르모 델 토로의 호기심의 방>에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옴니버스 시리즈물치고는 <길예르모 델토로의 호기심의 방> 성적이 꽤 좋다. 성적만큼이나 평가도 좋아서 '역시 길예르모 델 토로'라는 얘기가 나오는 중. 이것도 조만간 감상하려고 대기 타는 중이다. 부디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요소가 적으면 좋겠다. 그런 건 공포가 아니잖아. 길예르모 델 토로니까 그런 거 없이 잘 만들어놨을 거라 믿는다.
넷플릭스 주간 순위 비영어권 TV 부문에 한국 드라마 세 편이 들어갔다. 기존에 자리하고 있던 <작은 아씨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슈룹>이 들어왔다. 다만 다음 주 즈음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고, <작은 아씨들>도 아슬아슬해서 <슈룹>이 조금 더 힘을 내줘야 한다. 참고로 플릭스패트롤의 일일 순위에는 세 작품 모두 10위권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번 주에 공개될 예정이었던 한국 드라마 <더 패뷸러스>는 공개가 취소되었다. 기약 없는 취소라 걱정이다. 이태원 대참사로 인해 몸을 사리는 것도 있겠고, 젊은이들의 열정적인 세상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인 만큼 작품 안에 이태원이 등장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더 패뷸러스>를 감상하려고 넷플릭스를 결제한 사람들이 상당히 당황하는 모양이다. 이태원 대참사로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우울해 죽겠는데 마음을 좀 풀어줄 드라마조차 볼 수 없게 하는 거냐는 의견이 다수 보인다.
<더 패뷸러스>의 다음 작품은 <썸바디>. 전부터 얘기했던 건데, 예고편 퀄리티만 보면 <썸바디>야말로 넷플릭스 측에서 푸쉬해줘야 하는 작품인 듯하다. 감독이 무려 정지우인 데다 최근 <다머 - 괴물: 제프리 다머 이야기>가 흥한 걸 보아 살인마에 대한 비도덕적 이야기가 유럽과 미국 구독자들에게 먹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한 번 검토해보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 드디어 <종이의 집: 공동 경제구역> 파트 2가 심의에 들어갔다. 아마 <썸바디>의 다음 타자일 가능성이 보인다. 혹평 가득했던 파트 1을 커버하고 반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