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뱀파이어 헌터>는 2012년 당시에는 매우 드물던 블랙 케이스를 이용했다. 가끔 생각하는 건데, 블랙 케이스를 이용하면서 내부 슬리브를 그려 넣는 건 조금 제작비 낭비가 아닐까? 양면 슬리브라면 또 모를까.
원작 소설이나 만화가 있던가. 아니면 그냥 연대기를 만들고 싶었던가.
<링컨: 뱀파이어 헌터>는 여러 정치적 현안을 해결하거나 남북 전쟁을 해결하려는 링컨을 그린 게 아니라 뱀파이어를 열심히 잡기 위해서 뛰다 보니까 정치적 문제도 해결되고, 뱀파이어 때려잡으면서 남북 전쟁도 치르는 식으로 그려진다. <퍼스트 어벤져>처럼 무언가 사건을 중심으로 극이 짜여 있다기보다 원작 혹은 역사를 그대로 담아놓는 연대기 형식을 이용했고, 덕분에 <링컨: 뱀파이어 헌터>를 보면서 서사의 극적임으로 쾌감을 느끼긴 어렵다.
그렇게 사건 구조에서 즐거움을 줄 수 없다면, 액션이라도 좀 화려하고 멋져야 하는 법임에도 <링컨: 뱀파이어 헌터>는 액션조차 밋밋하다. 영화의 감독은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이름만 보고 누군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한다. <원티드>로 멋진 R등급 액션을 선보였던 그 감독되시겠다. 그런 감독의 작품이니 액션에 대한 기대감만큼은 확고한 편이었는데, <원티드>의 액션은 죄다 어디로 날아간 건지 <링컨: 뱀파이어 헌터>는 이전까지 나왔던 뱀파이어 액션물과 별반 다르지 않은 스타일이고, 소재를 잘 살린 것 같지도 않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는 사이드킥조차 아닌 조연으로 나온다. 전기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영부인 역할 수준. 그녀를 보고자 <링컨: 뱀파이어 헌터>를 고르려거든 고민을 조금 해보길 바란다. 말 그대로 '본다' 이상이 될 수 없는 역할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