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요소수 대란을 일으킨 중국의 수출 규제가 이해가지 않는 이유

즈라더 2021. 11. 11. 12:00

 중국으로 인해 시작된 전 세계적 물류 대란이 한국에도 찾아올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것도 무려 요소수랜다. 한참 중국몽을 꾸던 이명박근혜 정부가 만들어놓은 지옥도(상황에 따라 전략 물자로 전환될 수 있는 요소의 98%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었다.)긴 하지만, 기초 물자인 데다 생산하기 어려운 것도 아닌 물자를 미리 비축해두지 않은 현 정부도 마냥 책임을 회피할 순 없다. 이런 물자가 하나 둘이 아니라고 하니 빨리 비축해둬야 할 것이다. 요소를 비롯한 대부분의 재료들이 시세 변동, 전문성 하락 등으로 인해 정부에서 직접 비축할 수 없다고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 만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누굴 탓하려는 게 아니라 상황이 이렇게 되어가는 이상 방법이 없지 않나.


 무엇보다도 요소 사태에 관해서 우리나라 측이 베이징 올림픽 참여를 강요받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걱정된다. 겨우 요소 가지고 우리나라를 가지고 놀려고 한다는 게 어이가 없을 노릇이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는 정말 치명적인 소재들이었으니 그러려니 하겠는데 개나 소나 다 만들 줄 아는 요소라니) 급작스러운 규제에 하필이면 정권 교체 시기에 일어난 일이라 만만하게 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요소
이거 그다지 특별한 소재조차 아니다


 참 웃기는 나라다. 눈 앞의 이익을 좇다가 한국이 완벽하게 등을 돌리는 꼴을 보고 싶은 걸까? 문재인이란 사람은 뒤끝이 정말 장난 아닌 사람이다. 은혜와 원한을 잊지 않는 전형적인 한국인. 한한령 가지고 줄다리기만 하고 해제를 안 하니까, 웃으면서 왕이 부장 불러놓고 미사일 시험을 해버린 게 문재인이다. 난 살면서 그런 외교적 결례를 본 적이 없다. 외교 부장이 직접 찾아와서 평화를 얘기했는데 바로 당일 미사일 시험, 그것도 핵미사일의 사전 작업인 SLBM을 공개적으로 테스트했다. 문재인이 중국에 질려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런 마당에 겨우 요소 따위로 한국에 협박성 거래를 시도한다는 건 당장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길게 보면 문재인의 뒤끝에 또 당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재한다.

 설사 문재인 정권이 얼마 남지 않아서 무리수를 둬보는 거라 해도 이후 정권은 어쩔 생각인가.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중국이든 일본이든 이득만 있으면 헤헤거리면서 나라를 팔아먹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 생각엔 절대로 그렇지 않을 거라 본다. 윤석열을 뽑아준 사람들 자체가 문재인 정권 심판과 탈중국을 외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지층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을 배척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근혜 당시처럼 중국에 굽히고 들어갔다간 탄핵당한다. (사실, 누가 되든 중국 편을 들어주면 정권은 지옥행 열차에 탑승한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대놓고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가 외국인의 부동산 제한을 들고 나왔을 때가 중국인들의 한국 부동산 구매가 논란이 되었을 때다. 이낙연의 지지자들이 이재명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중국인을 무작정 내쫓으려 들다가 한국에 대한 국제 사회의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쥐징이
징이야, 너네 나라 지방덩어리 대체 왜 그러는 거니? 전 세계에 해만 입히잖아

 

 한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 당시에 했던 것처럼 할 수 없는 이유는 중국 이 정신 나간 놈들이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출 규제를 걸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도 지금 중국의 요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다른 나라 혹은 자국의 비싼 요소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처럼 98%를 중국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장은 타격이 없는 것이다. 중국이 지금 하는 걸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호주가 중국을 적대시하기 때문에 호주의 석탄을 수입하지 않는 것이다. 호주의 석탄을 수입하지 않게 되면서 석탄에서 나오는 요소 역시 양이 모자라 우리가 쓰기에도 아깝다. 전 세계여 들어라. 이에 따라 이제부터 요소를 수출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호주가 중국에 큰절을 하고 항복하면 해결될 일이다."

 

 물론, 당장은 98%를 중국에 의지하던 한국이나 굉장히 힘들어하지만, 장기적으로 가면 매우 가격이 저렴했던 중국의 요소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비싼 다른 나라의 요소, 혹은 자국의 요소를 사용해야 하는 유럽이나 미국 등도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지금 유럽은 무려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왔다고 절망적인 기사를 내뱉을 만큼 물가 상승 기세가 매서우며, 파산한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미 물류 대란을 겪은 영국 역시도 이 상황이 장기화되면 지옥행 열차 탑승이다. 이만하면 중국이 얼마나 큰 실수를 하고 있는지 감이 올 거라 생각한다. 전 세계를 향해 아부해도 모자라는 마당에 오히려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호주가 중국에 무릎을 꿇을 일은 없고, 외국이 호주에게 그런 걸 강요할 일도 없다. 그럼 무슨 결과가 오느냐. 치킨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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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적으로 중국이 치킨 게임에서 이긴다고 치자. 중국은 그 대신 신용을 잃는다. 언제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지 모르는 상황인데 누가 기초 산업 물자를 중국에서 수입하나. 당장에 우리나라 정부부터가 수입 다변화에서 그치지 않고 요소를 다른 방식으로 싸게 얻는 방법을 연구하도록 지시했다.

 

 더 웃기는 걸 알려주자면, 지금 중국도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한국에 요소수 대란이 일어나자  처음엔 한국은 중국에 종속되어있다며 조롱하는 기사를 쓰던 중국의 관영매체(!)들이 이제는 다른 스탠스의 기사를 내고 있다. 대충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도 요소 모자람. 이건 전적으로 한국이 중국에 너무 의존하고 있어서 생긴 일임. 모두 너희의 잘못이니 우릴 미워하지 말아 줘."

 

 정말 저 나라는 해로울 뿐 아니라 멍청하기까지 하다. 어쩌면 중국의 비중이 큰 물자에 한해서 정부가 기업에 보조금을 줘도 된다는 WTO 개정안이 발표될지도 모르겠다. 본래 WTO는 자유로운 무역을 위해서 만들어진 단체다. 그런데 중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저런 협박성 기습 규제를 걸면 당연히 개정안이 나올 수 있다. 장담하는데 이 치킨 게임은 중국에 장기적으로 손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