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D.P'와 '오징어 게임'의 시즌 2는 예정되어 있지 않았다

즈라더 2021. 11. 6. 12:00

 <D.P>도 <오징어 게임>도 리뷰를 예정하고 있었지만, 너무 늦게 본 데다 <D.P>는 유튜브용 스크립트를 짠답시고 뻘짓까지 해버렸다. 그래서 리뷰보다는 <D.P>와 <오징어 게임>, 특히 TV 업계의 <아바타>라고 불리는 <오징어 게임>의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딱 잘라서 말하자면, <D.P>와 <오징어 게임> 모두 다 완벽하게 닫힌 결말이다. <D.P>의 결말이든 <오징어 게임>의 결말이든 '부조리를 외면하지 않겠다' 혹은 '새로운 희망이 되겠다'면서 시청자에게 주제 의식을 전달하는 형식이며,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꽤 빈번히 볼 수 있는 결말이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마더>나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오징어 게임>의 감독인 황동혁 감독의 2011년작 <도가니>만 하더라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드라마 쪽으로 보자면 <시그널>도 있다. 


 그래서 시즌 2를 당연히 만들 거라 생각하는 외국 팬들의 반응에 몹시 당황했다. 여기서 뭘 더 어떻게 만들라는 걸까.


 <D.P>는 원작 만화가 있기 때문에 소재 자체는 무긍무진하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은 원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캐릭터들의 마지막도 대부분 명확했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지 않나. 물론, 어깨에 총을 맞은 두 캐릭터를 비롯해 후속 시즌으로 이어갈 기반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병헌과 공유가 특별 출연한 것마저 후속 시즌의 증거라고 말하는 것엔 매우 당황했다. 

 

DP 포스터
정해인은 분명히 시즌 2를 원하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인 성기훈은 '너희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포지션이다. 그러나 그가 누군가를 용서하지 않으려면 일단 싸움 실력부터 두뇌 회전까지 길러야 할 능력이 너무 많다. <오징어 게임>의 특색 중 하나가 사람을 믿는 마음 말고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소시민이 주인공이란 점이었으니까. 그런 그가 다시 게임에 참여하더라도 이길 거란 법이 없으므로 게임에 다시 참가해서 뭔가 뒤엎는 식의 전개는 무리다. 게다가 게임을 항상 같은 것으로 준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작품 속에서 드러난 바가 있다. 


 에필로그에서 대부분의 떡밥을 해소한 마당에 남아 있는 거라고는 프론트맨의 과거와 생사가 명확하지 않은 (어깨 맞으면 살아남는 게 대중문화의 국룰. 실제 어깨에 총을 맞으면 매우 높은 확률로 사망.) 캐릭터 정도인데, <오징어 게임>의 관리자들이 총기를 다룬다는 점까지 엮어서 생각해보면 결국 이정재, 이병헌, 공유, 생사가 명확하지 않은 캐릭터를 데려다가 싸움질을 시키는 수밖에 없다. 이는 아마 전 세계 <오징어 게임>의 팬들이 가장 원하지 않는 전개일 것이다. <오징어 게임>이 초대박을 터트린 이유는 한국 어린아이들이 할 만큼 쉬운 게임과 명확한 캐릭터성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로선 이정재, 이병헌, 공유처럼 액션 장르에 익숙한 배우들을 데려다 멋진 액션으로 수놓는다면 신나겠지만, 장르가 바뀌고 주인공인 이정재의 캐릭터 성향이 바뀐 것에 외국 팬들도 좋아할 것 같지 않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 2의 아이디어가 전혀 없는 건 아닌데, 여러 각본가의 도움을 받고 팬들의 아이디어도 수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 역시 속편에 대한 생각을 그다지 하고 있지 않았던 듯하다. 이건 <D.P> 쪽도 마찬가지. 정해인이 시즌 2의 기획이 서고 있다고 말하자 김보통 작가는 '응 아냐'라는 식의 대답을 했었다. 다행히(?) <D.P>는 한참 시간이 흐른 최근에서야 후속 시즌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모양으로, '입금은 안 되었지만 일단 작업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한국 대중문화 특유의 메시지성 결말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 팬들 덕분에 뜬금없이 시즌제가 되게 생긴 셈. 


 개인적으론 외국처럼 끝도 없이 후속 시즌을 만드는 시스템은 한국에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본다. 작품은 단 한 시즌이어도 완결성을 지녀야 하는 법이다. <킹덤>처럼 클리프행어를 했다면 모를까, <D.P>와 <오징어 게임>은 그런 게 없었다. 일단, 작업에 들어갔다는 <D.P>는 후속 시즌을 기대해봐도 되겠겠지만, <오징어 게임>은 그냥 하나의 마스터피스로 남겨두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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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해외의 반응을 보다가 재미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국 TV쇼가 워낙 세계적 유명세를 떨치다 보니 거의 모든 나라에서 한국 컨텐츠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있고, 여기서 참 재미있는 사실이 나타난다. 개발도상국들은 전부 <오징어 게임>, <D.P>는 한국 사회의 단면이라면서 한국의 빈부격차를 비웃는다. 반면, 선진국들은 자본주의를 택한 나라라면 공통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재가 빈부격차라며 이를 가장 재미있게 다루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지적하며, 서구권의 대중문화가 후퇴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하며 자아비판을 거듭한다. 또한, 각종 통계를 참고해볼 때 한국의 빈부 격차는 이탈리아, 일본, 호주와 함께 선진국 중에서 가장 양호한 편이라는 자료까지 포함시켜서 대중문화 종사자들의 분발을 요구한다. (이건 세상이 얼마나 살기 힘든지 알려주는 단면이다. 한국도 이렇게 살기 힘든데 한국보다 더한 나라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기생충> 당시에도 흡사한 현상을 보였다. 그리고 개발도상국들과 같은 방식의 분석을 하는 유일한 선진국이 일본. 뭐, 요새 일본은 여름의 태풍 복구가 아직도 완료되지 않은 것과 세금의 비중이 어마어마하다는 것까지 더해 국민들의 상태는 개발도상국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가 나오니 딱히 이상할 것까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