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종이의 집', ' 오징어 게임' 등 넷플릭스 드라마의 성공 비결

즈라더 2021. 10. 12. 12:00

 <오징어 게임>이 지구를 가로지르는 홈런을 때리는 걸 보고 최근 넷플릭스의 드라마 퀄리티가 왜 좋은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넷플릭스가 처음부터 오리지널 드라마를 잘 만들었던 건 아니다. 애초에 작품의 재미 혹은 작품성은 연출력과 각본, 연기 등이 잘 맞물려야 하니까. 넷플릭스에 작품 선구안이 없다면 잘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법이다. 다만 넷플릭스에게 유리한 점이 있기는 했다. 넷플릭스가 작품의 연출에 깊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리자 실력 있는 감독과 작가가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식(?)과 다르게 넷플릭스는 뜻밖의 조건을 내걸고 있었다. 드라마의 편수를 6~9회, 웬만하면 8회에 맞춰달라는 것. 이는 초창기 넷플릭스가 수집한 정보에 의거하고 있는 듯하다.

 

<오징어 게임>에 앞서 비영어권에서 터트린 초대박 - <종이의 집>


 초창기 넷플릭스를 끌고 갔던 오리지널 드라마로는 <종이의 집>, <데어데블>, <기묘한 이야기>, <피키 블라인더스>, <얼터드 카본>, <하우스 오브 카드> 등이 있었고, 이 중에 가장 화제를 모았던 <데어데블>을 비롯한 MCU의 드라마들은 전부 10회 이상, 보통 13회로 제작되었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했는데 <데어데블> 시즌1을 제외한 MCU 드라마들의 시청자 수가 썩 좋지 않았던 것이다. <종이의 집> 시즌1 역시 대단히 뛰어난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중간에 지루한 구석이 있었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고, 공개 당시에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었던 <얼터드 카본>도 같은 지적을 받았다. 반면 8화로 끝냈던 <기묘한 이야기>나 <피키 블라인더스>는 지루하다는 지적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었다. 이 시점부터 넷플릭스가 MCU 드라마들에 '8화로 줄여달라'라고 요구했던 것 같다.


 넷플릭스는 '8화'에 상당히 집착했다. MCU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8화 타령을 불렀다. 넷플릭스가 자체적인 조사를 한 결과, 제작비, 시나리오의 뎁쓰 등을 고려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길이가 8화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MCU를 제외한 모든 오리지널 드라마가 8화 이하, 많아봐야 1화 추가해서 9화로 제작되었다. <종이의 집>도 시즌2부터 8화 이하로 제작되었다. <얼터드 카본>도 시즌2는 8화 이하. 넷플릭스의 8회에 대한 집착은 데이빗 핀처마저 설득해냈다. 쭈욱 13화였던 <하우스 오브 카드>의 마지막 시즌이 8화, <마인드 헌터> 시즌2는 시즌1의 10화보다 1회 줄어서 9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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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넷플릭스의 8화에 대한 집착은 성공했다. 옳은 선택이었던 것이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드라마를 8화 안에 녹여내도록 한 이후 작품의 수준이 수직 상승했다. 설사 혹평을 받더라도 시청자수 만큼은 대박을 터트리는 작품이 줄이어 나왔다. <섀도우 앤 본>, <기묘한 이야기>, <종이의 집>, <위쳐>, <클릭 베이트>, <퀸스 갬빗> 등 성공작이 줄이어 나왔다. 성공 사례엔 <킹덤>, <스위트홈>을 거쳐 <오징어 게임>에 이르기까지 한국 드라마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한국은 처음으로 아시아권을 넘어서 세계적 흥행에 성공하는 드라마를 가지게 되었다. 여전히 8화 안팎으로 끝내지 않는 드라마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작품들도 차기 시즌이 나오면 하나둘씩 8화 안팎으로 제작하게 될 듯하다.


 넷플릭스가 만들어놓은 8화라는 기준은 경쟁 OTT 업체들에게도 기준이 되었다. 각 OTT 회사들이 내는 오리지널 드라마들은 대체로 8화 안에 마무리된다. 9화로 만들더라도 8화+에필로그 형식으로 짧게 구성하는 일이 빈번. OTT 업체들 모두가 동의한 정답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