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최근 컨텐츠를 있는 대로 쏟아놓다 보니까 끝까지 보는데 시간이 좀 걸린 <데어데블> 시즌 1. 굳이 이걸 끝까지 봐야 하나 싶어서 중단을 고민하기도 했는데, 기왕 보는 거 끝까지 보자며 자신을 달래면서 완료했다. 이제와서 다시 보니 <데어데블> 시즌 1의 액션이 이렇게 적었나 싶었고, 미국 TV쇼의 단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당황했다. 그 단점이란 지독하게 꼬아놓은 과정과 허무하게 풀려버리는 결말. 사실, 용두사미로 구성된 TV쇼는 만국공통이긴하다.
<데어데블> 시즌 1을 다시 본 이유였던 HDR은 '기가 막힌다'는 말 밖에 안 나오는 수준이다. 거의 모든 장면에서 로컬디밍을 풀출력으로 쓰는 구간이 존재하며, 화면의 절반 정도 되는 방대한 구간을 1000nit급 빛으로 도배하는 바람에 눈이 시리기도 했다. 뒤늦게 HDR이 적용된 타이틀이라 최대한 자극적으로 구성하지 않았나 싶은데, 역시 좋은 의미에서나 나쁜 의미에서나 기가 막힌다는 말이 딱 맞는다.
디스플레이의 HDR 기능을 최대한 이용해서 자극적으로 구성했다는 건 영상의 스토리텔링과 별개로 눈호강은 확실하다는 의미다. 배경의 빛에 눈이 시려서 등장인물에 집중할 수 없게 되는 부작용은 익숙해지면 된다. 따라서 단순히 화려한 HDR 영상을 보고 싶다면 <데어데블> 시즌 1이 정답이다. 이 TV쇼의 주된 시간대는 밤이고, 배경은 뉴욕이다. 쉽게 말해 뉴욕의 화려하면서 지저분한 밤을 풀출력의 HDR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데어데블> 시즌 1은 뒤늦게 HDR이 적용된 TV쇼다. 넷플릭스가 최초로 HDR을 적용해 만든 작품은 <데어데블> 시즌 2였다. 따라서 <데어데블> 시즌 1을 HDR로 보지 못한 분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최근 데어데블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나온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찰리 콕스가 앤드류 가필드에 이어 마피아가 될 것 같더라. 그렇게 데어데블이 화제의 중심에 올라온 김에 <데어데블> 시즌 1을 HDR로 다시 보시는 게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