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한국 남자 연예인을 게이로 여기던 외국인의 편견을 깬 '오징어 게임'

즈라더 2021. 10. 3. 12:00

 서구권 넷플릭스 시청자 중 상당수는 로맨스 장르의 TV 쇼에 노이로제라도 걸렸나 보다. 한국 TV 쇼 = 로맨스라는 공식을 새겨놓고 안 본다더라. 게다가 그 로맨스 장르의 남자 배우들을 '게이'라고 부른다. 왜 저 배우들이 게이냐고 물어보니까, '게이처럼 생겼으니까'라고 한다. 그건 사실상 인종차별 아니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로맨스 장르의 한국 남자 배우들은 아무리 봐도 게이처럼 보이는 걸 어쩌냐고 하더라. 그러니까 로맨스 좀 작작 찍으라고 한다. 정작 넷플릭스에 있는 한국 TV 쇼는 로맨스보다 장르물이 훨씬 많다. 한국 TV 쇼 중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빈센조>도 로맨스는 아니지 않나. <비밀의 숲>과 <괴물> 같은 마스터 피스도 멀쩡하게 스트리밍 되고 있다.

 

이래뵈도 넷플릭스 탑10에 6개월 동안 있었던 <빈센조>.


 또한, 서구권 넷플릭스 시청자들 중 상당수가 작품성을 따지기보단 자극적인 것에 심취하는 경향이 있다. 아시아 TV 쇼 중 <오징어 게임> 이전에 서구권에서도 성공한 작품은 딱 두 개 있는데 한국의 <스위트홈>과 일본의 <아리스 인 보더랜드>다. 넷플릭스에 훌륭한 아시아의 장르물이 이미 많이 있음에도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엄청 자극적으로 만들어진 <스위트홈>과 <아리스 인 보더랜드>가 서구권에서 훨씬 성공한 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 극단적 폭력이 안 나오면 받아들일 수 없다 이건가?


 <오징어 게임>도 같은 경우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킹덤>, <스위트홈> 뒤로 진입부터 10위 안에 들어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TV 쇼는 <오징어 게임>이 처음이다. 새삼 정말 서구권 사람들이 자극적인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다. 역대 가장 흥행한 넷플릭스 TV 쇼가 되느냐 마느냐를 얘기하는 지금에 와선 무슨 의미가 있나 할 수 있지만, <킹덤>, <스위트홈>, <오징어 게임>의 공통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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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틱톡 등에서 <오징어 게임>에 대한 반응만 싹 살펴봐도 진짜로 한국 TV 쇼는 전부 로맨스라 생각하고, 한국 남자 배우들은 '게이'라고 생각하다가 <오징어 게임>에 놀라서 '정말 한국 TV 쇼가 맞느냐?'라는 의문을 드러내는 이가 빈번히 보인다. 예전에 한국의 어느 예능에 독일인 부부가 들어와서는 음식을 시킨 뒤 한국 남자 연예인에게 "코리안 게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딱 그게 쟤네들 생각이다. 

 

 정말로 편견인지 아니면 아시아를 깨끗하게 점령해버린 한국 TV 쇼에 대한 불쾌감이 드러난 건지 모르겠지만, 그 마저도 <오징어 게임>으로 완전히 깨지게 생겼으니 참 유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