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저출산과 유튜버, BJ 여캠이 연예계에 끼칠 악영향

즈라더 2021. 9. 18. 12:00

 요새 10대들은 바보가 아니다. 최근 아이를 낳은 부모도 바보가 아니고, 극단적 저출산 시대에 '생명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소중한 아이들을 사회는 적극적으로 케어할 것이다. 


 쉽게 말해서 연예계에 악영향일 거란 얘기다.


 이게 무슨 극단적인 얘기냐는 물음이 있을 수 있는데, 화려한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인터넷 BJ나 유튜브 등을 하면서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은 게 현실이 되었다. 요즘 유튜브와 틱톡커는 팬클럽까지 만든다. 만약, 괜찮은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나 기획사에 들어간다면 콘텐츠 아이디어도 쑥쑥 나온다. 애초에 연예인을 기대해볼 수 있을 정도로 외모가 빼어난 남녀라면 유튜브에 브이로그만 찍어 올려도 조회수가 폭발하게 마련이다.

 

유튜버 하누
직장인 브이로그로 유명한 하누. 이렇게 운전하고 출근해서 일하는 일상을 찍으면 훨씬 현실 밀착적인 콘텐츠가 탄생하고 대중들은 직장에 다니는 아름다운 여성의 일상에 완전히 몰입한다. 웬만한 배우들의 자체 콘텐츠보다 훨씬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이런 유튜버들이 최근 어린 아이들에게는 연예인보다 더 이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럼 연예인은 어떤가. 요새는 예전처럼 배우를 하는 즉시 인기를 얻고 주연급 스타가 되기 어려운 시대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상향 평준화되고 나이를 먹어도 나이 먹은 티가 안 날 정도로 외모가 어려지고 있다. 그런 거물 선배들의 틈바구니에선 아무리 뛰어나도 예전 원빈 송혜교 시대와 같을 수 없다. 최근 핫한 한소희나 채수빈, 송강이 94년생이다. 고윤정처럼 비주얼과 연기력을 두루 갖춘 배우도 경력과 나이를 이유로 비중 큰 조연에 그치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어린 배우들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연극판에서 연기력을 최대한 쌓은 뒤 데뷔하는 일도 잦다. 예전보다도 더 뜨기 어려운 판이 되었다는 얘기다.


 걸그룹, 보이그룹은 더 심각하다. 성공이 예약되어 있는 대형 기획사조차 즉시 정산을 받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아이즈원의 팬들이 아이즈원이 찢어지는 걸 격렬하게 반대했던 이유 중 하나가 정산 문제였다. 찢어져서 새로운 그룹으로 데뷔하면 손익분기점인 20~30억의 돈을 회수하기 전까지는 돈을 받지 못한다. 현시점에서 손익분기 없이 즉시 정산'해줄 것이다'가 아니라 '해준다'라고 확정된 회사는 YG 엔터테인먼트와 SM 엔터테인먼트뿐이다. 다른 곳은 소문만 무성할 뿐 오피셜로 이야기된 적이 없다. 그럼 정산받는 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 어느 정도 성공한 그룹일 때, 보이그룹은 2년 정도가 걸리고 걸그룹은 3~4년 정도가 걸린다. 그전까지는 사장님이 가끔 주는 용돈을 받는 것 외에 수입은 없으므로 '열정페이'에 해당한다. 그렇게 정산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와도 '어느 정도 성공한 그룹'인 이상 이후로 버는 돈이 넉넉할 리가 없다. 대박을 터트리지 않는 한 어쨌든 가난하다.


 요새 아이들은 바보가 아니고, 예전처럼 반드시 연예계에 진출해야만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시대가 아니다. 배우를 하든 가수를 하든 간에 몇 년 동안은 돈을 거의 벌 수 없는 상태로 활동을 하는 데다 그렇게 해도 성공적인 연예인이 될 가능성이 희박한 곳이 연예계다. 90년대~2000년대처럼 불나방이라도 된 마냥 연예계로 뛰어드는 아이들이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에 A라는 회사는 아이즈원의 파생 그룹을 만들기 위해 오디션을 봤는데, 괜찮은 아이가 거의 없어서 회사를 나갔던 연습생들을 다시 데려오는 촌극을 벌였다. 그밖에도 다수의 연예 기획사 스카우터들은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보고 DM으로 오디션을 보러 와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지경이며, 그럼에도 무시해버리는 10~20대 남녀들에게 절망을 느끼고 있다.

 

BJ
사실, 실물을 따질 필요조차 없다. 인터넷 방송 카메라나 유튜브 카메라 앞에서만 예쁘면 그만이다. 물론, 이분은 실물이 더 예쁘기로 유명하다더라. 이름 알았는데 까먹었다. 가슴에 문신이 있는 사람으로 검색하면 뭐가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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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아프리카나 트위치, 유튜브 등으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아이들은 갈수록 매력적으로 변해간다. 예전엔 100% 연예인을 했을 만한 사람들이 바로 인터넷 콘텐츠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댄스, 연기, 노래 연습을 하는 대신 자신의 비주얼을 아름답게 가꾸고, 재미있게 말하는 법과 동영상 편집하는 법을 배운다. 그런 과정을 거친 20대 초반 BJ나 유튜버들이 빛의 속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인터넷 방송의 초창기처럼 '그래 봤자 BJ의 화면빨이지'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신인 BJ들이 TV 방송에 나올 때가 있는데 오히려 인터넷 방송 카메라보다 훨씬 잘생기고 예뻐서 깜짝 놀라곤 한다. 바로 옆에 인기 연예인이 있는 데도 BJ의 비주얼이 더 나았다고 하면 믿기려나 모르겠다. 이미 연예 기획사 스카우터에게 제의를 받은 썰을 푼 BJ도 있다. 이리저리 생각해본 결과 '내가 왜 얼마 길지 않은 20대를 돈도 못 버는 연예계에서 낭비해야 하느냐'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 사람은 인터넷 방송을 10대 후반에 시작해서 1년이 되었는데, 에이전시에 돈을 떼주고도 한 달에 최소 1000만 원씩 번다고 한다. 인터넷 방송 세계에 대해서 아는 게 없는 내게도 이런 정보가 들어오는 걸 보아 비슷한 경우가 더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미 여러 유튜버나 BJ들은 TV 방송에 나가는 걸 목적으로 두지 않는다. 오히려 TV 방송 출연은 오로지 자신의 채널이나 인터넷 방송을 홍보하는 수단쯤으로 여기고 있다. 자사 예능에 유튜버를 섭외하기 위해서 거의 큰 절을 한다는 캐스팅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만간 한국 연예계가 망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아이즈원 사태를 겪으면서 보게 된 연예 기획사들의 이성과 상식을 잃은 행동에 더욱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유튜버 하누 2
당연하지만 유튜버로 성공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연예인으로 성공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라고 느끼는 어린 아이들이 많을 거란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무엇보다 서서히 조회수가 오르고 들어오는 돈도 늘어나는 과정을 눈으로 볼 때 그 성취감은 몇 년이 지나도 수익이 0원일 수 있는 연예인보다 훨씬 낫다.


 얼마 전에 대단한 인기를 누리는 틱톡커가 화장을 자신이 살짝 고쳤다는 이유로 연예 기획사에서 잘렸다고 폭로해서 놀란 바가 있다. 그녀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상상을 초월하는 갑질이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흘려보냈을 이야기지만, 최근 아이즈원 관련해서 연예 기획사들이 저지른 짓들을 보면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겠구나 싶더라. 그리고 그녀가 '폭로'했다는 것에 주목하시라. 요새 아이들은 안 참는다.


 연예계가 총체적으로 망하기 전에 회사들과 프로듀서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제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 회사가 심하게 갑질을 하면 예전처럼 분을 삼키며 참는 게 아니라 욕을 실컷 하곤 연습생을 때려치우는 시대가 찾아오는 중이다. 이미 회사들의 행동 방식은 '고인물'의 그것이다. 그러나 한국 연습생이 확 줄어들었다며 일본과 중국에서 연습생을 끌어오는 행태를 보아 연예 기획사들이나 방송사가 바뀔 것 같진 않다. 참 어이없고 안타깝다. 이제 AI 연예인과도 대결을 시켜야 하는 마당에 언제까지 저렇게 고여있을 생각일까?

 

 돈을 못 벌면 아무도 안 간다. 나름 이름을 알린 모 걸그룹 멤버는 4년 차에 정산을 받기 시작했음에도 '찔끔'이라고 말했고, 그럼 그 '찔끔'에서 벗어나려면 지금까지의 몇 배를 노력해야 한다. 노래와 연기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모를까, 대체 누가 연예인을 하고 싶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