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2, 착각에 허우적대는 일본인

즈라더 2021. 9. 9. 20:00

 최근 일본에 재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역시 한국은 우릴 돕지 않아. 오히려 즐기고 있지. 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 남의 고통을 즐거워하는 민족이라는 것.'하고 말하는 일본인이 보인다. 여기에 달리는 답글 중엔 '동일본 대지진 때도 도와주지 않았는데 지금 도와줄 거라 생각하다니 머리가 나빠?'라는 내용이 빈번하게 보이곤 한다.

 

야후 재팬은 한국의 네이버 같은 곳이라 걸러야 한다고? 5ch의 좌파게를 제외하면 모든 곳이 똑같은데 어디를 봐야 한다는 거냐


 한국인의 입장에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돈을 보내줬고, 얼마나 많은 구조대를 파견했는가. 그러나 저들은 그걸 모른다. 진짜로 모른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모른다. 일본에 가 있는 친구들이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 돈과 구조대를 보내준 것을 증거와 함께 보여주면 그제야 "엣? 진짜로? 전혀 몰랐어."라고 대답할 정도다. 그런데 아는 사람이 정말 거의 없고, 모르는 사람에게 이걸 다 설명하는 것도 지치는 일이라 포기하곤 한다. 보통 이런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쭉쭉 퍼져야 맞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일본 쪽 자료는 뒤늦게 게시된 아사히 신문의 자료뿐인 데다 조작된 자료라거나 자이니치가 공작질을 벌인다는 억지 반박이 추천 만개를 거뜬히 넘어가버리는 게 현실이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현장에서 한국 구조대의 도움을 얻은 사람들은 이미 한국이 일본을 도와줬다는 걸 알고 있다. 그들은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재난 지역에 있던 사람이 한국 구조대의 도움을 얻었다고 댓글을 달곤 하지만, 그 댓글은 다른 댓글에 묻히거나 거짓말로 치부되곤 한다. 한국 방송사에서 모금을 한 것마저도 그렇게 모금한 돈이 일본으로 왔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느냐며 우겨댄다. 그리고 '한국은 일본을 절대 도와주지 않는다.'라는 생각으로 돌아가버린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그러니까 동일본 대지진보다도 훨씬 전부터 살고 있던 한국인들도 한국이 일본을 도왔다는 걸 안 믿기도 한다. 그 정도로 정보가 잘 차단되고 폐쇄적인 게 일본의 사회다. 얼마 전 산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태양광 발전소가 한국의 기업이라는 헛소문이 돌았었는데, 일본의 기업임이 밝혀졌음에도 그 후속 정보가 널리 퍼지질 않아서 지금도 한국의 기업이 일본에 산사태를 냈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이런 일이 워낙 많아서 일본에 살다가 한국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은 충격에 빠지곤 한다. 

 

씁쓸한 이야기니까 예쁜 수지를 보면서 힐링하자


 그런데 정보의 폐쇄성은 비단 일본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한국 못지 않게 인터넷이 발달한 나라가 생겨나고 있지만, 그 나라들도 한국처럼 온갖 정보가 다 넘쳐나고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일은 웬만해선 없다. 얼마 전 MBC의 올림픽 개막식 중계가 문제가 되었을 때 한국을 증오해서 한국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일본을 제외하면 화제가 되기까지 거의 하루가 걸렸다. 어떤 나라의 사람은 현지의 한국인이 갑자기 사과를 하길래 왜 그러나 싶어서 자국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검색해봤으나 정보가 안 나오더란다. 결국, 뒤늦게 영어로 된 레딧에 가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았다던가.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한국이 경제 세계 20위 안에 들어가고, 선진국에 가까운 평균 임금을 기록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세상 사람들이 한국의 발전을 모르고 있다가 코로나19 이후에야 알게 된 걸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이 전쟁 범죄를 미화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 세계 사람들이 이제야 알아가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뭐, 어쨌든 지금이라도 알아간다니 다행 아니겠는가. 


 문제는 일본이다. 일본은 아직도 일본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며, 한중을 제외한 외국 모든 나라가 일본을 사랑한다고 굳게 믿는다. 심지어 동남아 식민지들도 일본을 매우 사랑하기 때문에 일본의 자동차나 대중문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거라고 당당하게 주장한다. 교류가 활발하다고 해서 일본이란 나라까지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걸 왜 모를까. 당장 필리핀 사람에게 가서 "일본을 사랑하시죠?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해봐라. "뭐라고 지껄이는 거지?"라는 답이 돌아올 거다.


 코로나19 덕분에 정보의 확산세와 불균형이 어떤 건지 깨달아가고 있다. 솔직히 당사자가 아니었다면 엄청 재미있게 느껴졌을 거다.

 

 

뱀다리) 요새 중국만 너무 패다보니까 일본이 서운할 것 같아서 적은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