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악플에 신음하는 전 세계, 징역형까지 고려하는 유럽

즈라더 2021. 8. 30. 10:00

아이즈원에 가해진 악플들 모아놓은 걸 보면 기절할 사람들 많다

 

 한국만 악플에 대해 처벌한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데, 과거 한국만 악플을 처벌했던 건 어디까지나 한국의 인터넷 보급이 압도적으로 빨랐기 때문이다. 2002년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70%를 넘었을 때, 다른 나라는 10%~30%를 오가는 수준이었다. 그런 탓에 한국은 다소 급하게 사이버 범죄에 대한 정책을 세웠고, 외국은 다소 느긋하게 한국의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유럽과 북미의 인터넷 보급률이 90%, 스마트폰 보급률이 70%가 되어가자, 유럽과 북미에서도 '악플'이 사회 문제로 불거지고 있으며, 관련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한국처럼 어설프게 '명예 훼손'이니 뭐니 하는 수준이 아니다. 악플을 방치한 커뮤니티나 SNS 회사에 벌금을 물리고, 악플을 단 사람에게 '징역'을 때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SNS의 운영 기업이 자율적으로 악플을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미국마저도 이젠 방향성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미국 정부의 뒤늦은 움직임과 PC에 매몰된 지식인들의 어리석음을 한꺼번에 비꼬는 영화도 나왔는데, '헌트'가 바로 그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한국은 악플에 대한 처벌 수위가 지나칠 정도로 낮다. 악플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란 뜻이다. 그리고 악플을 처벌하는 것에 대한 적극성도 심하게 떨어진다. 


 그렇게 안이한 태도로 악플러들을 처벌하는 와중에 악플러들에게서 '리미트'가 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나처럼 개인 정보를 사실상 드러내고 아이즈원 소속사들을 욕한다거나 하는 '부담'조차도 없다. 외국계 회사가 한국을 장악하고 있고, 그 회사들은 한국의 법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틱톡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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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과 바이트 댄스는 한국에 서비스를 하고는 있지만, 한국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회사다. 유튜브에서 쓴 악플이 처벌 받는 경우는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다. 가끔 처벌당했다는 얘기가 올라오는 것도 잘 살펴보면 유튜브 하나에서만 악플을 달다가 처벌당한 게 아니라, 다른 사이트에서 악플을 달다가 같이 엮여버려서 걸린 경우였다. 김용호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의 신분이 노출된 상황에서 그가 한 말들이 사방팔방에 퍼졌기 때문에 법적인 조치가 가능했다. 이런 상황이라서 악플러들은 살 맛이 났다. 내가 최근에 유튜브에서 본 악플을 몇 개 소개한다.


 "가족들 다 죽이고 자기도 죽는 동영상 올리기 전까진 계속 욕할 거임." 


 "연예계를 은퇴하든가 아니면 죽든가." 


 "부고 소식 외에는 아무 소식도 듣고 싶지 않은 연예인"


 물론, 이런 악플들은 신고를 할 경우 댓글을 삭제해주거나 계정을 차단해준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악플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악플을 본 뒤에 신고를 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냔 말이다. (미국이 악플에 대처하는 태도가 머저리 같은 이유기도 하다. 자율 좋아하네. 범죄에 자율이 어딨나.) 유튜브나 틱톡은 마음만 먹으면 계정을 수십 개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악플러들은 자신들이 절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도 안 되는 악플들을 달고 있으며, 한국 경찰은 이들을 굳이 추적할 생각조차 안 한다. 그런데 앞으로도 한국 경찰의 태도가 미온적이면 곤란할 것이다. 일반인 역시 악플의 범주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서서히 틱톡이 보급되면서 틱톡 스타들이 탄생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완벽한 일반인. 심지어 팔이 피플조차 아닌 일반인이 많다. 이들에게 연예인들에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악플이 달리는 걸 보고 있다 보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인터넷 보급이 엄청난 속도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국의 IT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거지만, 그에 걸맞게 법이 제정되었는지 의문이다. 한국의 사례를 지켜보던 유럽이 아예 시작부터 '징역'으로 가는 걸 보면서 더욱 확신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 정치인이나 어떤 집단, 법인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이해하겠지만, 개인 그것도 일반인에게도 행해지는 악플을 어떻게 표현의 자유로 받아들일 수 있냔 말이다. 


 얼마나 인터넷 세상이 더 오염돼야 정부가 움직일지 한 번 지켜보기로 한다. 외국의 누군가가 한국은 정치인만 빼고 다 빠른 나라라는 말이 있던데 정말 한국이란 나라를 잘 파악한 것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