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걸그룹/아이즈원

아이즈원 리런칭 펀딩 '평행우주 프로젝트' 32억의 열망

즈라더 2021. 5. 4. 01:38

 아이즈원이 해체하는 게 결정된 이후, 느닷없는 핵폭탄에 절망감을 느낄 새도 없이 아이즈원의 팬덤인 위즈원은 즉시 항의와 후속 대응 방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위즈원엔 보기 드물게 명백한 '팬연합'이 존재했으며, 이들의 적극적인 대응과 실천 능력으로 2019년 프로듀스 조작 사건으로 생긴 공백기를 똘똘 뭉쳐서 버텨냈다. 이 시점에서 팬연합은 사실상 위즈원을 대표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으며, 이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악개 혹은 헤이터뿐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번에도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연예 기획사는 게으르다. 위즈원의 실질적 대표라 할 수 있을 팬연합의 사정 따윈 아무런 관심도 없었고, 그들의 대표성 역시 의심을 했다.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관심 자체를 두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체적인 반응은 이러했다.

 

 "그냥 팬연합이잖아"

 

 급한 나머지 직접적인 펀딩이 아닌, 펀딩 수요 조사를 먼저 실시하자 이마저도 이렇게 답변했다.

 

 "그래봤자 그게 되겠냐"

 

 그런데 되더라.

 

10000일까지만 하고 그만 하자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 위즈원의 아이즈원 리런칭 프로젝트 '평행우주 프로젝트' 펀딩은 32억이 모였으며, 서포터 숫자는 18000명을 넘었다. 펀딩을 시작한 지 1개월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숫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위즈원의 열망은 이토록 강렬하다. 

 

 이제 아이즈원 멤버의 기획사는 리런칭에 적극 협조함이 정답임을 알아야 한다. 그 형태가 합작 회사가 되었든 제3의 기획사에 외주를 맡기는 형식이 되었든 간에. 가수의 의지가 분명하고, 팬의 의지가 분명하다. 그렇다면 기획사는 당연히 이 의지에 보답해야 한다. 32억의 힘을 믿지 않고, 그 의지에 보답하지 않음으로써 회사들이 얻게 되는 이득은 '팬들을 상대로 이겼다'라는 엉뚱한 승리감과 조각나버릴 위즈원의 일부에 만족하는 성취감뿐이다. 더 크고 더 안정적인 이득을 취할 기회가 있다면 그걸 잡는 게 바로 사업의 기본임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건 다른 업계에선 생경하게 느껴질 도박 정신이다.

 

 재빠르게 라이벌들을 제거하고 위즈원 파이를 싹 쓸어가려는 시도는 위즈원의 펀딩으로 중단되었다. 그러나 이 소중한 시간을 아이즈원 리런칭에 대한 고민이 아닌 '중단되어 있는 동안 우리도 그룹을 만들자'는 해석으로 소비하면 매우 곤란하다. 2년 반에 걸쳐 돌판의 더러운 행태와 정치질에 익숙해져 있는 위즈원은 그런 낌새를 아주 빠르게 눈치 챈다. 설사 낌새를 못 채더라도 관련 정보를 얻을 루트가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이상 그런 시도를 하게 두진 않을 것이다. 위즈원이 거의 목숨을 걸고 하는 펀딩을 그런 방식으로 이용하는 회사는 용서가 안 된다.

 

 

 누군가는 말한다. 위즈원의 펀딩은 아이즈원의 발목을 잡는다고. 그러나 위즈원의 펀딩은 누구의 발목도 잡지 않는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게 아니라면 현재 각 기획사가 처한 현실이나 이전 프로젝트 걸그룹의 파생이 남긴 선례 등을 충분히 봐왔을 것이다. 오히려 펀딩이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무엇하나 제대로 된 팩트 체크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이라는 걸 수도 없이 확인했다. 그런 억지로 위즈원의 단결력을 무너트리겠다고? 

 

 팬과 가수의 의지를 저버리고 도박을 시도하느냐, 아니면 다른 기획사들과 더 나은 조건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느냐. 시대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발전을 도모할 회사와 그렇지 않고 고여버릴 회사가 확연하게 드러날 갈림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