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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파이널컷, 다채로운 액션의 혼종

몰루이지 2021. 4. 25. 00:00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파이널 컷.


 존재도 몰랐던 딸, 폐기된 정부 요원, 복수심으로 쫓아오는 킬러. 어쩌면 홍콩이나 유럽 등에서 빈번하게 볼 수 있었던 액션 스릴러의 기본 사항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지만, 그 클리셰들을 적당히 잘 섞어내는데 성공은 했다. 특히 피곤에 푹 절여진 듯한 황정민의 비주얼이 참 인상 깊고, 일본 양키 스타일의 킬러로 변신한 이정재도 그럴싸하게 어울렸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정재가 맡은 킬러 '레이'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것과 그로 인해 건너 뛰는 장면이 많다는 점 정도려나. 재일교포 싸이코패스 킬러로 꽤 괜찮게 시작하는 레이의 기반은 '추적'의 과정을 끊임없이 건너뛰다 보니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결국 '최종 장애물'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인공이라 말하기 어렵게 되었단 의미다.


 한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액션은 매우 다채롭다. 맨손, 날붙이, 화기를 몽땅 이용해서 연달아 벌어지는 액션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 본다. 타격 순간에 영상을 빠르게 돌리는 연출 방식이 지나치게 빈번하단 생각이 들지만, 이미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통해 많은 사람이 경험해본 만큼 크게 어색하다고 느끼진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촬영이다. 모든 장면이 그런 건 아니나 프로덕션 디자인을 십분 살리고 방콕의 햇빛을 핑계 삼아 만들어낸 교묘한 조명은 영화의 정서를 일시적으로 왕가위의 분위기로 피워낸다. 참고로 두 배우의 연기톤, 시나리오의 잔혹함, 그리고 이 근사한 촬영에 관해 해외 커뮤니티에선 '클리셰 덩어리여도 한국 영화 특유의 분위기는 살아있다'라고 말하더라. 그런 반응을 보며 역시 K스타일이란 '혼혈'을 베이스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리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블루레이의 화질이 상당히 괜찮다. 약간 거친 질감인 대신 대비가 강조되어 샤프니스가 살아있다. 무엇보다 한국 영화 블루레이의 고질적 문제인 블랙레벨 조절 실패가 보이지 않는다.

 

 이하 스크린샷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정발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롱테이크 액션도 상당히 나오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