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국뽕 유튜버의 해외반응은 상당부분이 사실이었다

즈라더 2021. 2. 25. 11:50

 요새 레딧이나 트윗과 같은 곳에서 외국인들로부터 빈번하게 듣게 되는 문장이 있다.


 "얼마나 좋은 나라에 살고 있는지 모르는 한국인"


 이런 건 국뽕 유튜브 채널 같은 곳에서나 다루는 헛소리라 치부했다. 사람 사는 곳 다 비슷비슷하고, 한국은 그보다 좀 못하다는 게 내 판단이었다. 그래서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보고 '쟤네 다 한국인이 외국인인 척하는 거야'라고 멋대로 해석한 적도 있다. 그러나 번역기를 써가며 직접 대화해보니 그렇지 않더라. 어이가 없기도 하고, 적응이 안 되기도 하고. 기가 막혔다.


 사실, 얘기를 나누고 따져보면 다 아는 것들이었다. (대충 쥐새끼의 다 아는 얼굴이구만 짤방)


 예를 들어서 외국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뉴욕의 월세가 살인적으로 비싸다는 걸 안다. 대충 서울의 5배 정도 되고, 이것도 팬데믹의 영향으로 싸져서 그렇다. 사실, 월세는 런던이나 파리도 마찬가지. 서울과 월세가 그나마 비슷한 선진국의 수도는 도쿄 정도가 있으려나. 


 또한, 뉴욕의 화장실이 엄청나게 더럽다는 것도 많이들 안다. 외국인의 증언에 따르면 특정 구간에선 10분만 타도 썩은 바나나 냄새가 옷에 배고 썩은 사과 냄새가 머리에 밴다던가. 비가 많이 오는 런던의 경우는 빨래에서 나는 쉰냄새가 지하철 전반에 걸쳐서 풍긴다고 한다.


 자, 여기에 미국의 끔찍한 의료보험 시스템과 치안 등을 더해보자. 런던은 그래도 의료보험이 훌륭한 편이지만, 이 또한 파편화되고 규모가 작아서 한국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쥐징이의 얼굴로 쉬어가는 타임


 이와 같은 것들은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정보다. 직접 외국을 여행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간단하고 명확한 정보들. 그저 이것들을 하나로 묶어서 한 사람에게 적용된다는 생각하지 못 했던 것에 불과하다. 이런 피부로 와닿지 않던 문제들은 팬데믹이 닥친 후 한국과 서울의 실상이 외국에 알려지고, 외국인들이 자국의 불만을 서울과 비교해가며 토로하게 되면서 반작용처럼 피부에 와닿게 되었다.


 마지막 발작처럼 나는 난 결혼, 출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말했다. 집값이 너무 비싸다던가 결혼식 비용부터 집안 사이의 금전적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얘기. 그러자 외국인들은 옆에 있었으면 날 주먹으로 때리기라도 했을 듯이 반발했다.


지방으로 가서 살면 되잖아? 왜 집을 사서 결혼해? 내 나라는 평생 월세로 사는데 무슨 집을 사? 결혼식 적당하게 열면 안돼? 한국처럼 치안이 좋은 나라에서 아이를 못 낳는다고? 내 나라는 애기가 큰 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평생 갚아야 하는 빚이 생기는데? 생수가 탄산수보다 비싼 나라에서 살아봐야 정신 차리겠네? 등등 아득해질 정도로 때리더라. 나는 그저 '한국의 문화가 그런 이상 바뀌기 어렵고, 힘든 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무시해야 했다.


 웃기는 사실은 이와 같은 것들을 외국인으로부터 직접 듣고 있음에도 '국뽕'이라는 게 생기질 않는다는 점이다. 뿌듯한 마음이나 앞으로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살아야지하는 마음은 안 들고, 그저 '니들이 와서 살아보면 생각이 바뀐다'라는 등의 예측에 불과한 정신승리를 하고 있었다. 당장에 난 여전히 결혼을 생각조차 안 하고 있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가질 것 같진 않다. 헬조선이란 단어가 입에 붙어버렸다.


 대체 왜 난 국뽕이라는 감각을 맛볼 수 없을까 싶었는데, 출산률이 수직낙하를 하고 있는 걸 보아 한국을 좋은 나라라고 여기지 않는 한국인은 나 하나만이 아닌 듯하다. 어쩌면 이것도 병이다.


 국뽕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내 성격이 자꾸 고개를 들어서,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나와 얘기를 나눈 외국인들의 뒷조사를 하고 앉아 있었다. 한국인이 외국인인 척하는 건 아닐까하는 의심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히 외국인이었다. 심지어 2019년까지는 한국이란 나라에 아무런 생각도 없던 외국인들. 국적도 참 다양하다. 미국, 독일, 일본, 영국..... 


 아마 지금 내 현실이 한국 평균보다도 더 개차반이라 그럴 거다. 언젠가 나도 국뽕이란 감각을 느껴볼 수 있길 빈다. 그래도 이번 기회로 한국을 더는 헬조선이라 부를 수 없다는 건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