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손흥민을 향한 비판이 과거와 정반대인 이유

즈라더 2021. 2. 2. 00:00

 최근 손흥민을 향한 비판을 보고 있으면 몇년 지나지도 않은 과거마저도 변질되고 선동의 도구가 되는구나 싶을 때가 많다. 정말로 비판적으로 현재 손흥민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은 사람은 없고, 그저 어떤 식으로든 비하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근래 손흥민에게 비판을 가하는 사람들의 주된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손흥민은 육상선수다. 그저 공간을 향해 뛸 줄만 알지 축구를 잘하는 게 아니다.

 

 2. 손흥민은 오프더볼 상황에서는 인상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만, 온더볼 상황에선 그저 백패스만 남발하는 선수다.

 

 3. 손흥민은 킬패스를 넣어줄 선수가 없으면 골을 넣을 수 없다.

 

 4. 손흥민의 드리블은 매우 허접하다.

 

 딱 3년 전의 손흥민에게 위와 같은 비판을 가했다면 어떨까? 미친놈 취급을 받을 것이다.

 

 손흥민의 스피드가 대단히 빠르다는 게 외국에 널리 알려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인들이나 스퍼스들은 손흥민의 스피드를 잘 알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아는 사람들만의 이야기. 그들만의 리그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딱 2년 전까지만해도 외국의 축구 유튜버가 스피드가 빠른 선수의 영상을 만들어서 올릴 때 손흥민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리그 하위권 팀인 뉴캐슬의 알랑 생막시맹조차도 스피드가 빠르다며 찬양 일색이었던 유튜버들이 리그 2위까지 했었던 토트넘 핫스퍼의 손흥민을 다루지 않았던 건 손흥민의 스피드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아서 스페셜 영상을 만들 소재가 없었던 탓이다.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에서 손흥민은 크랙. 지금처럼 공간침투를 반사적으로 하는 오프 더 볼 움직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사이드에서 클래식 윙어처럼 드리블로 상대 진영을 부수거나 반대발 윙어로 뛰며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유형의 선수였다. 이는 델레 알리가 미드필더라기보다 섀도우 스트라이커에 가까웠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에릭센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처음 토트넘으로 이적했던 당시 손흥민이 계속해서 델레 알리나 해리 케인과 위치가 겹치며 상당히 고생했었던 이유기도 하다.

 

 덕분에 당시 손흥민이 받았던 비판은 주로 '오프더볼 움직임이 한심하다', '분데스리가에 있을 때보다 스피드가 느려졌다' 쪽이었다. 지금과 완전히 반대의 이유로 비판을 받았던 셈이다.

 

 최근 그가 공을 빈번하게 뒤로 돌리는 건 무리뉴가 수비 짜임새와 공수 전환 속도를 대단히 중요시하는 감독이라서다. 이전처럼 과감하게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것보다는 해리 케인 혹은 은돔벨레에게 공이 갈 수 있도록 돌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 리오넬 메시조차도 드리블로 치고 들어가서 실패하는 일이 빈번하다. 무리뉴 감독이 드리블을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진 않지만, 수비 라인이 흐트러진 상황에서 드리블에 실패해 역습당하는 걸 극단적이라 할 만큼 혐오하기 때문에 부담감이 작용하기도 할 터. 일종의 전술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는 얘기. 

 

 그렇다고 최근 손흥민이 온더볼 상황에서 스킬을 잘 발휘하지 않는 것조차 아니다. 애초에 중거리 슛이나 어시스트 등은 전부 온더볼 상황이고, 경기가 잘 안 풀려서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와 공을 받을 땐 예전처럼 현란한 탈압박 기술을 펼치곤 한다. 경기를 안 보고 하이라이트만 본 사람들의 막연한 비판이란 얘기다. 왜 그렇게 경기를 보지도 않고 비판을 하느냐고? 나도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는데, 한참 투닥투닥 싸우다가 결론이랍시고 하는 말은 다음과 같았다.

 

 '싫어하는데 이유가 어딨냐? 그냥 싫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