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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레임 밖에서 일으키는 기적

즈라더 2020. 12. 18. 06:00

 글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독립영화 혹은 피칠갑 B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저예산을 커버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했다기보다 있는 그대로 돌진했다. 대신 가져다 놓은 게 '아이디어'. 영화의 3중 구성은 일본 저예산 코미디 영화의 전형을 독특한 느낌이 나도록 연결했고, 후반부 리드미컬한 코미디는 치밀하게 연구한 티가 역력한 스릴러로 재해석할 수 있다. 


 저예산 심야 TV용 좀비 드라마 정도에서 그친다면 좋겠는데, 이걸 생방송 롱테이크로 찍는다라. 영화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이 성사되어가는 과정을 관객 앞에 내어놓기 이전에 '완성본'을 먼저 다이렉트로 보여준다. 이런 방식을 취하는 순간, 이제 그 드라마의 프리 프로덕션과 촬영(이자 포스트 프로덕션)은 완전히 '퍼즐 짜맞추기'가 된다. 또한, 작품과 메이킹이 하나가 되는 영광의 순간이다.


 촬영 현장에서 난무하는 애드립과 돌발상황을 맞이해 치열하게 대응하는 스탭, 배우들의 모습은 코믹스럽게 과장되어 퍼즐의 한 조각이 되고, 촬영이 진행될 수록 급체할 것 같은 스릴감이 엄습해온다. 어떤 의미에선 코미디를 선택한 건 감상자가 PTSD에 시달리는 걸 막기 위한 안정장치 같은 거라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 비슷한 광경이 펼쳐지면, 패닉에 빠져 웃음기라곤 하나도 없이 하얗게 뜬 얼굴로 뛰어다니는 스탭들이 뒤엉키게된다. 이를 현실적으로 보여줬다간, 비슷한 유형의 실수를 떠올리고 PTSD 발작에 걸릴 관객이 여럿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웃음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필수불가결이다. 서두에 말한 '치밀하게 연구한 티'란 바로 이런 부분이다. 날 것 그 자체의 B급 퀄리티 좀비 드라마를 30분이나 보여주는 모험을 한 뒤, 지친 관객의 뇌에 윤활유를 주입한 것이다. 


 잘 짜여져 리드미컬하게 돌진하는 후반부. 영화는 웃음과 함께 치열하게 퍼즐을 맞추며 엔딩으로 골인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라는 성취감은 영화 속 등장인물만의 것이 아닌, 관객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으로 자리잡는다. 지루할 틈 혹은 지칠 틈이 없도록 웃음이란 윤활유를 잘 섞은 덕이다.


 영리하고 흐뭇하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특수성을 빙자한 일반성의 경이로운 승리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곳에서는 이런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

 

 이하 스크린샷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한국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어둡고 지저분하게 촬영된 초반부와 '현실'로 돌아온 중후반부의 갭이 대단히 큰 편이다. 후반부는 일본 드라마에 익숙한 사람이면 누구나 봤을 색감에 최근 들어선 아이돌들이 자체 컨텐츠를 찍을 때 빈번하게 사용하는 그 카메라의 질감. 즉, 화질은 예상했던 그대로 매우 좋지 않다. 이건 소스의 한계기 때문에 도리가 없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