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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인전 The Gangster, The Cop, The Devil

즈라더 2020. 10. 23. 06:00

 사이코패스, 사이코패스에 의한 연쇄 살인을 의심하고 있는 경찰, 피해자이자 유일한 목격자인 조직 폭력배 두목. 영화 <악인전>은 꼴통 소리 듣는 경찰과 조직 폭력배 두목이 함께 힘을 합쳐서 사이코패스를 잡는다는 동상이몽 이야기를 담았다. <악인전>이라는 제목보다는 영어 제목이 조금 더 영화를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것 같다. <The Gangster, The Cop, The Devil>. 

 

 영화는 느낌보다 길이가 짧다. 크레딧을 제외하면 약 1시간 40분. 상당히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마무리 단계에 가서 지나치게 많은 걸 생략한 탓으로 보인다. 조직 폭력배 두목이 사이코패스를 잡으려는 이유가 되는 '사업 관계'가 먼저 생략되었다. 조폭 두목은 단순한 복수심으로 개입한 게 아니라, 사업에 방해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도구로 선택했다는 설정이다. 따라서 이 사업의 결과가 간략한 뉴스 문구로 대체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상당한 치명타라 할 수 있으며, 'The Gangster'가 완성되지 않은 채로 끝났다고 봐도 반박할 방법이 없다.

 

 이 영화의 제목이 <악인전>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The Cop' 역시 실패했다. 영화는 꼴통일지언정 범죄완 거리가 있던 경찰에게 '실수로 인한 살인'이란 트리거를 당겼음에도 끝내 그를 악인으로 몰락시키는 걸 두려워한다. 사이코패스를 조직 폭력배와 함께 조사하는 과정은 분명히 모종의 문제를 일으켰을 거고, <악인전>에 어울리는 경찰의 변화엔 두 가지 방식이 있었다. 하나는 조서를 거짓으로 꾸며낸 뒤 이미 약점이 잡혀있었던 반장과 함께 조폭들의 증언을 무마시키는 과정을 그려주는 것. 이는 부패한 경찰로서 '악인'이 성립한다. 다른 하나는 경찰이 저질렀던 일들이 모조리 드러나며 체포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The Gangster, The Cop, The Devil이 한 자리에 다시 모일 기회가 되므로 매력이 있다. 그러나 <악인전>은 이런 매혹적인 요소들을 생략하고 극에 숨겨둔 트릭에 심취해버렸다.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분명히 재미있는 영화다. <악인전>엔 시놉시스나 예고편에서 느껴지는 끈적끈적함이 담기진 않았다. 대신 2000년대 오락성 조폭 영화를 계승함과 동시에 조의석 감독의 <마스터>와 같은 두뇌 싸움과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과 같은 아이러니함을 모조리 담았다. 오락적 요소가 만발하며 격투, 체이싱 장면의 퀄리티도 아주 훌륭해서 즐길 거리로 부족함이 전혀 없다. 묵직함을 기대한 사람들에겐 아쉽겠지만, 흥행 성적을 이해하고도 남을 즐거움이다. 

 

 물론,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가볍게 다뤄도 되나에 대해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악인전>엔 살인마에 분노하는 사람은 있으되 그 분노란 감정에 몰입하게끔 유도하는 장치가 전무하다. 중반부 악인들의 터닝포인트가 된 여고생 살인이 그저 살인마를 쫓는 '단서'로만 소모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다. 이런 측면에선 차라리 "그냥 죽어"라며 강렬하게 때리던 <브이아이피> 쪽이 더 마음에 든다. 

 

 이하 스크린샷은 <악인전> 한국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영상은 전형적인 옐로 톤 한국영화 색상과 샤픈 한 방 먹인 것 같은 또렷함. 레퍼런스라고 할 정돈 아니어도 딱히 딴지 걸고 싶은 요소도 없다. 빈번하게 지적되는 암부 역시 크게 문제 될 구간은 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