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블루레이 본편 정보

영화 할로윈 2018, 이 형은 그냥 죽입니다

즈라더 2020. 9. 23. 00:00

 잠이 엄청 오는데 영화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억지로라도 보지 않으면, 집에 쌓여있는 블루레이와 넷플릭스, 웨이브의 영화, 드라마를 다 소화할 수가 없다. 예전처럼 작품을 보고 글을 쓰는 것만으로 돈을 벌 수 없다 보니 점점 영화 보는 빈도가 줄어들어서 블루레이들을  감당할 수가 없더라. 어차피 반쯤 의무감으로 봐도 결국 보면 재미있으니까 그냥 억지로 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이번에 고른 작품은 <할로윈, 2018>.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도 있으니까 잠도 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효과는 없었다. <할로윈 2018>은 잠을 확 깰 정도로 놀라게 하는 장면은 없다. 어쩌면 1편인 <할로윈 1978>의 분위기를 계승했다고 할 법도 한데, 어마어마한 괴력으로 말 한마디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순수악' 유키카..가 아니라 마이클 마이어스의, 고독감 넘치는 살인 행각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마치 모든 걸 다 예상했다는 듯, 마치 그 어느 누구보다도 더 뛰어난 실력으로 마이클을 잡을 수 있다는 듯 움직이는 로리의 행동 방식이 극을 재미없게 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현대적 감각으로 극을 서술하는 거라면 더 꼬아놔도 상관없었다. 예를 들어서 앨리스가 로리의 집으로 찾아올 거라 생각하지 못 한 로리와 캐런이 숲으로 그녀를 찾아 나선다는 식의 이야기도 분명히 필요했다. 그러나 <할로윈 2018>의 현대적 재구성은 정신과 박사의 민폐짓 하나로 그쳤고, 단순화된 전개는 <할로윈 1978>의 반복처럼 느껴지게 하고 말았다. 아무 의미 없이 서사만 만들어놓고 허망하게 죽는 등장인물까지 포함해서. 오마쥬와 편곡만 달리 한 시리즈 OST의 반복은 그저 팬서비스에 집중한 영화가 아니냔 의문 역시 피할 수 없게 한다.


 다만 클라이막스의 나홀로집에 시퀀스는 꽤 괜찮은 쾌감을 전해준다. 로리가 트랩을 걸고 마이클 마이어스를 궁지로 몰아넣는 과정은 분명히 로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음에도 쫓기는 것처럼 연출되었는데, 이게 장면 장면에 스릴을 불어넣고 최후의 반전에는 역대급 쾌감을 부여했다. 주인공 세 사람 모두에게 나름대로 중요한 순간을 맡긴 것도 참 마음에 들었다. 액션을 조금만 더 길게 잡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할로윈 2018>은 깔끔하게 잘 만든 슬래셔 영화다. 지나치게 깔끔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이하 스크린샷은 <할로윈 2018> 한국판 블루레이의 원본 사이즈 캡쳐. 비교적 최신작이니 만큼 화질이 좋은 편이라 할 수 있지만, 아나몰픽 렌즈 특유의 왜곡 현상을 그대로 살린 화면이라 모두가 생각하는 또렷함관 거리가 멀다. 이건 장비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므로 단점으로 지적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