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비선수 출신이면 차별 받던 축구 해설가들

즈라더 2020. 9. 18. 12:00

 

 200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축구 중계는 선수 출신 혹은 스타 언론인의 몫이었다. 90년대부터 최고의 해설가로 이름을 떨쳤던 신문선이 대표적이었고, 허정무나 차범근, 이상윤 등 실제 그라운드에서 뛰어본 선수 혹은 현직 감독으로 활동하는 축구인들이 해설을 했던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고집이 강하고 자신의 경험을 중시한다는 점이 되겠는데, 이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전문적 지식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축구 평론가들에게 해설자 자리를 빼앗기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무엇보다 선수, 감독 출신 해설자들은 한국 선수는 자세히 알아도 외국 선수는 잘 모르는 일이 다반사였다. 공부를 해야 함에도 공부를 안 한 것. 감독과 해설을 동시에 맡는 일도 있었던 시절조차도 세계 축구의 흐름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2000년대 중반, 빌드업 점유율 축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시점에 (이를 심화한 게 펩 과르디올라의 티키타카) 그걸 몰랐던 해설자들은 공을 전후좌우로 돌려가면서 상대의 빈틈을 만들어내던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보며 "시간을 끄는 건가요?"라는 엉뚱한 말을 늘어놓기도 했다.  

 

 지금에 와선 선수, 감독 출신 해설자들은 월드컵의 한국 경기 같은 국뽕이 필요한 매치에나 모셔오는 값비싼 액세서리가 되었다. 그저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네임밸류에 불과하단 얘기다. 그들의 자리는 서형욱, 한준희와 같은 광적인 축구 덕후들의 몫이 되었다. 그들은 현대 축구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언제나 노력하고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덕후'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사람들은 해당 분야의 '덕후'일 때가 잦다. 이 덕후들이 중계를 맡게 되면서 그제야 사람들은 경기를 보는 내내 풍부한 정보를 귀에 담으며 축구를 보는 재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요 며칠 90년대, 2000년대 축구 경기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문성이나 서형욱과 같은 선수 출신이 아닌 해설자들이 받는 천대도 함께 보게 되었다. 그들이 받은 천대란 '캐스터의 무례함'이다. 캐스터들은 당시 갓 해설자로 입문했던 그들을 상당히 무시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캐스터임에도 해설까지 전부 다 하려고 했다. 당연하지만 캐스터는 캐스터지 해설자가 아니다. 해설이랍시고 이야기를 꺼내놓았으나 틀린 정보를 전달할 때가 많았는데, 곁에 있던 해설자들이 그 틀린 것들을 정정하느라 해설할 타이밍을 놓쳐버릴 때가 빈번했다. 참 답답했던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