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원의 세 번째 미니앨범 <환상일기, ONEIRIC DIARY>은 이래저래 손에 들어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앨범이었다. 특히나 종류별로 하나 이상 구매한 사람은 더욱 그럴 것이다. 물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마 오프더레코드 엔터테인먼트와 스윙 엔터테인먼트 측에선 지난 <피에스타, 블룸아이즈>의 35만 장 초동이 이른바 말하는 '원기옥'일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미니 앨범은 정규 앨범보다 성적이 안 좋게 마련. 넉넉하게 오더하지 않은 것 아닐까.
지금이 코로나19 시국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우한에서 시작된 이 전인류적 재난이 소비 심리를 박살 냈다. 악성 재고를 절대 남기지 않는 CJ에서 보수적으로 오더를 넣었거나 아니면 넉넉하게 오더를 넣었음에도 코로나19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서 재고가 부족했거나 둘 중의 하나다. 하필 이 시기에 음반 판매량이 엄청나게 좋은 걸그룹, 보이그룹이 대거 등장했다. 몇몇 가수의 회사는 출고량 언론 플레이를 위해서 실제 판매량의 두 배 가까운 오더를 때려넣는 악랄한 짓을 벌이는 바람에 상황이 악화됐을 것이다.
여차저차 팬들의 여러 궁리와 노력을 통해 아이즈원은 초동 1위 기록을 경신하는데 성공했지만, 본래 40만 장을 넉넉하게 넘었을 게 분명했기에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 물량 문제는 단순하게 한국만의 이야기가 되진 않는다. 물량이 부족해서 품절 대란이 일어나면서 중국과 일본의 팬덤이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정상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구매하고자 했을 때 물량이 없다며 품절이 나면 다음에 다시 사리란 법이 없다. 중국은 그래도 공구를 통해서 구매한 사람들이라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일본은 한국 공구에 참여한 게 아니라면, 그저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직수입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어서 구매력 확인이 불가능하다. 보통 직수입으로 7만 이상이 나오면 일본에서 돔투어 여부를 계산할 수 있게 된다던가. <환상일기>는 이번에 5만을 기록했는데, 물량이 넉넉했다면 더 나왔을 거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한편, <환상일기>를 프로듀싱한 신형관 PD가 CJ의 음악컨텐츠 부분을 총괄하는 자리에서 내려와 빅히트와 합작해서 제작된 아이랜드의 테스크포스로 이동했다. 그리고 CJ 음악 부분은 ENM의 수장인 허민회가 직접 맡게 된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보상 방안을 두고 고개를 숙여 사과한 그 허민회 맞다.) 신형관의 이동 이유는 프로듀스 시리즈에 대한 책임만이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론 안 그래도 프로듀스 시리즈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초 중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아이즈원 물량 예측 실패와 아이랜드의 시청률 부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본다.
참고로 위즈원 2기의 국내 가입자수가 2.6만까지 확인되었다. 1기는 2.2만까지 확인. 즉, 1년 동안 콘서트에 갈 의향이 있는 코어팬이 4천 명이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걸 감안하지 못 한 건 CJ의 실책임에 틀림이 없다.
아래로 <환상일기 ONEIRIC DIARY> 3D ver. 오픈 박스. 남자가 사기에 적합한 스타일은 아니다. 만약, 한 장만 사고자 했다면 이걸 구매할 일은 없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