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깊어지길 포기하고 개인을 다루다, 넷플릭스 얼터드 카본 시즌2

즈라더 2020. 5. 6. 10:30

 줄어든 회차, 줄어든 스케일, 줄어든 액션, 줄어든 출연배우. <얼터드 카본> 시즌2는 모든 게 축소되었다. 시즌1이 기대 만큼의 조회수를 기록하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그냥 기획 자체의 규모가 작았던 건지 모르겠지만, 넷플릭스 역사상 회당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들어갔던(이 기록은 <킹덤>이 깼다) 시즌1을 생각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얼터드 카본> 시즌1이 모호하기 짝이 없는 영생 프로세스를 깊게 파헤치지 못하고 오락성에만 머물렀던 탓에 시즌2에선 조금 더 깊게 파고 들어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했었는데, 드라마는 슬프게도 이를 저버린다. 작아진 만큼 깊어질 수 있는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 아예 그쪽 방면으론 손조차 대질 않아서 이야기할 거리조차 없다.



 그렇게 깊어지기를 포기한 <얼터드 카본> 시즌2는 대신 타케시 코바치의 개인사에 엮인 '엘더 문명' 즉, 영생의 태생을 살짝 보여준다. 다행히 이 부분에 있어선 그럭저럭 괜찮은 짜임새를 고수하고, 안소니 마키의 묵직한 연기에 힘입어 타케시 코바치 캐릭터가 한계를 뛰어넘는다. 안소니 마키는 적어도 개인사를 다루는 스토리 라인에서 만큼은 조엔 킨나만보다 한 수 위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라)


 전반적으로 그리 긍정적으로 평할 수 없지만, 위선적인 영생으로 삶과 죽음을 잃어버린 인간에게 인간성이 무엇인지 '존재함으로써' 가르쳐주는 AI의 아이러닉함 만큼은 몹시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