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일상

일본 언론이 코로나19를 축소하고 왜곡한 결과

즈라더 2020. 4. 28. 06:58

 언론이 정말 중요한 이유.


 일본에 있는 친구 두 사람과 연락이 닿았다. 한 놈은 도쿄, 한 놈은 후쿠오카. 후쿠오카에 살고 있는 녀석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 현지 시민들도 계속 불안해한다고 전하며, 자신 역시 진짜 정보를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쿄에 살고 있는 놈은 완전히 언론들의 헛소리에 낚여들었다.


 긴급 사태가 선포됐음에도 일본에 감염자가 적은 것은 일본의 청결한 문화 때문이라는 모 주간지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있더라. 한국도 청결한 문화지 않느냐는 질문에 두 가지 예시를 들었다.


 1. 한국은 최근 신발을 신고 생활한다고 들었다. 일본은 여전히 신발을 벗고 생활한다. 발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거 아주 중요하다.


 2. 한국과 달리 일본은 '오후로' 문화가 있다. 이게 더 청결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고등학교 때 일본 문화에 심취해서 일본으로 넘어간 녀석이라 한국과 일본이 어떤 현실에 처해있는지 하나도 모른 채로 일본 언론, 그것도 '찌라시'라 불리는 주간지에 낚여버린 것이다. 아사히TV 같은 그나마 좀 정신을 차리고 있는 곳들도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정부를 비판적으로, 한국의 방역을 객관적으로 보도함과 동시에 일본판 국뽕 한 사발 들이킨 정보도 같이 내보내고 있으니 혼란스러운 것도 이해가 간다만.



 신발을 벗고 생활하느냐 아니냐는 말할 필요도 없겠고. 내가 주목하고 싶은 건 오후로 문화다. 오후로 문화는 오히려 코로나19 사태에 있어서 굉장히 위험하다.


 오후로 문화는 한 욕조의 물을 가족이 돌아가면서 사용하는 문화다. 지나치게 더러우면 중간에 한 번 갈기도 하지만, 보통은 4인 가족이 되어도 물을 갈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일이 일상다반사다. 무증상 전파자가 가족과 함께 사용하는 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바이러스는 가족 전체로 퍼져나간다. 최근엔 매번 물을 버리는 집도 늘어나고 있다는데, 고급 멘션에서도 가정마다 온수의 양을 제한하는 곳이 많아서 늘어나봤자 거기서 거기.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 보균자가 사용한 욕조는 그대로라서 물을 갈아봤자 별다른 의미가 없다. (오해가 있을까 언급해두지만, 욕조에 그대로 몸을 담그는 게 아니라 비누로 씻고 들어가서 몸을 녹이는 식이다.)



 내가 이를 지적하자, 이 녀석 완전히 화가 났다. 어차피 젊은 사람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적당히 아프고 만다고 자신한 뒤, 최근 한국에서 인터넷 수업을 진행하다가 트래픽이 폭주해서 실패했다는 사례를 들며 한국보다 일본이 낫다고 주장한다. 조금 많이 가슴이 아팠다. '적당히 아프고 자연 치유된다'는 일본 언론의 주장은 3월 내내 대세를 이루었다. 여기에 낚인 것이다. 또한, 한국의 인터넷 수업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는 안 봐도 뻔하다.


 이미 코로나19의 치료가 완료된 사람이 다시 감염되어 오는 일이 전세계적으로 보고 되고, 인터넷 수업은 성공여부가 문제가 아닌, 해야 하는 거기 때문에 시도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라고 말해줬다. 이 녀석은 '재감염'에 대한 정보를 처음 들었던 모양이다. 결국, 젊은 사람들 중엔 항체가 생기지 않는 경우가 아주 많고 되려 나이가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항체를 만들어낸다는 정보를 접하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지금도 내 마지막 카톡은 읽지 않은 상태다.


 아베 신조가 '제3차 세계대전은 바이러스로 시작된 것 같다'라 말했다고 한다. 한심한 인간. 올림픽이 연기되기 직전까지도 문제없다고 주장하더니 이제와서 저런 소리를 하고 있다. 저 인간이 여전히 4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건 3월까지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일본 정부를 찰떡 같이 믿던 대다수의 일본 언론 탓이다. 국뽕을 잔뜩 들이키고 '일본인은 코로나19에 이미 면역인지도 모른다. 일본인이라서 다행이다'라는 말을 지껄이고 있던 주간지들은 당장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