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걸그룹/아이즈원

중소 기획사 열정페이, 아이즈원이 연장해야 하는 이유

즈라더 2020. 4. 24. 12:00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즈원을 연장시키고야 말겠다는 위즈원의 바람은 아주 특별하다. 지금에 와선 아예 '연장한다'는 결론을 내놓고 해체한다는 걸 생각조차 안 하는 모양이다.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걸 미리 결론을 내놓았다는 것에서 굳건한 위즈원의 의지를 느낄 수있다.


 개인적으론 연장에 관해 다소 긴가민가했었다. 아이즈원 멤버들을 지키기 위해선 연장이 필수적이란 것 정도야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중소 연예기획사들은 10cm에 불과한 수심을 10m로 착각하고 물바닥의 동전을 향해 머리를 쳐박을 한심한 족속들이다. 그들이 원숭이 수준의 지능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아무런 죄도 없는 엑스원을 해체시키진 않았을 터. 그런데 이와 같은 생각을 하다가 문득, 아이즈원이 연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결정적 이유를 떠올렸다.



 우주소녀 보나는 올해 초, <아는 형님>에 나와 최근에서야 수입이 생겼다고 밝혔다. 모모랜드 연우는 <미추리>에 나와서 정산이 되지 않았다고 밝힌 뒤 작년엔 그룹에서 탈퇴하고 개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AOA 역시 2017년 <아는 형님>에 나와서 정산을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았고 금액도 그렇게 많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사례는 수도 없이 많은데, 이를 보아서 중소 기획사에서 정산을 받기까지는 빨라봐야 3년에서 4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될 듯하다. [각주:1]


 쉽게 말해 아이즈원이 해체하고 각자 소속사로 돌아가면 위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주소녀 보나는 개인 드라마로 들어간 적도 있고, 우주소녀 자체도 음반 판매량만 따지면 항상 2군 최상위권, 2019년부턴 1군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AOA는 찍은 광고가 수도 없이 많았고, 설현 개인도 엄청난 숫자의 광고를 찍었다. 그렇게 했음에도 정산을 받은 시점은 데뷔하고 4년이 되어서였다. 상당한 인기를 누리던 그룹이 이런 마당인데 이조차 아닌 그룹은 어떻겠는가. 

 


 이와 같은 중소 기획사의 행태는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습생이 데뷔하고 연습 기간에 들어간 비용과, 데뷔한 뒤 생활하는 숙소에 대한 비용은 정산에서 빼는 게 맞지만, 앨범을 제작, 뮤직비디오 촬영 등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빼는 건 절대 옳지 않다. 대체 어느 회사가 상품, 컨텐츠에 들어간 제작비를 제작에 참여한 사원들에게 청구한단 말인가. 이건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중소 기획사들의 기획력은 (제작비가 부족해서라는 핑계는 대지 않길 빈다) 대개 한심한 수준을 넘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인데, 그 책임까지 열심히 춤추고 노래하며 컨텐츠 제작에 힘을 다한 연예인들에게 떠안긴다니 어불성설이다.


 아이즈원을 중소 기획사에 돌려보낼 순 없다. 저들이 옳지 않은 운영방식을 개선한다면 또 모를까. 저 열정페이의 지옥은 아이즈원이 갈 곳이 아니다.


  1. 대형 기획사는 투자비용이나 제작비 회수 없이 바로 정산해준다고 알려져있다. [본문으로]